28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프로배구 2012-2013 챔피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경기에서 삼성화재가 3-0으로 승리, 2012-2013 NH농협V리그 통합 우승이 확정되자 신치용 감독이 선수들의 헹가레를 받고 있다.



올해도 봄 코트의 지배자는 어김없이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28일 인천 도원시립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 3연승으로 우승을 확정 지음으로써 프로배구 출범 9시즌 만에 벌써 7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2007-2008시즌부터 6시즌째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동안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3번씩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리려 도전을 거듭했으나 이를 번번이 좌절시키면서 최강자의 입지를 단단히 했다.

올 시즌의 우승은 삼성화재의 전력이 단순히 좋은 용병 한 명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님을 확실히 증명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삼성화재에는 늘 '몰빵 공격'을 감당할 확실한 외국인 공격수가 중심을 지켰다.

2007-2008시즌과 2008-2009시즌에는 '크로아티아 특급' 안젤코 추크가 공격을 이끌었고 2009-20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캐나다산 폭격기' 가빈 슈미트가 국내 코트를 평정했다.

그러나 올 시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쿠바 특급' 레오 마르티네스까지 최고의 공격수로 우뚝 서면서 이제는 용병 한 명의 기량보다는 이를 팀에 확실히 녹아들게 하는 팀의 시스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베테랑 석진욱과 여오현이 안정적으로 상대 서브를 받아내고, 세터 유광우가 때리기 좋게 올려주면 레오가 날카로운 강타로 득점하는 것이 삼성화재 시스템의 기본이다.

이번 챔프전에서도 석진욱·여오현은 세트당 8.728개의 리시브를 정확히 세터에게 연결했다.

대한항공에서는 곽승석(세트당 7.800개)이 분전했으나 안정감이 부족했고 부담을 덜어 줄 동료도 마땅치 않았다.

고비마다 순도 높은 블로킹과 속공을 터뜨리고 팀의 분위기를 이끄는 주장 고희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고희진은 이날도 배에 써 놓은 'V7'이란 글자를 드러내는 세리머니를 펼쳐 신바람을 내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격에서는 박철우가 조금씩 자신의 몫을 키워 더욱 공략하기 어려운 팀으로 변모시켰다.

이런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았든 배경에는 단연 '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 감독과 그의 지휘 아래 완벽한 팀워크로 뭉친 선수단의 조직 문화가 있다.

신 감독은 '새벽 훈련'으로 상징되는 강도 높은 훈련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선수들이 숙소에서 몰래 외출했는지 확인하려고 자동차 바퀴 아래 돌을 괴어 놓고 퇴근했다'는 일화가 회자될 만큼 치밀하게 선수들을 관리하는 신 감독의 조련술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와 맞물려 완벽한 선수단 장악력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레오가 강한 훈련에 불만을 토로하며 신경전을 벌이다가 '팀을 떠나라'는 신 감독의 으름장에 끝내 눈물을 흘리며 굴복했다는 일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거친 레오는 삼성화재 특유의 시스템에 녹아들어 투철한 책임감으로 묵묵히 공격을 소화하는 '해결사'로 재탄생했다.

오랫동안 신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면서 이런 시스템은 우승이라는 목표 아래 제 역할에 몰두하는 구단의 조직 문화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신 감독이 올 시즌 고비로 꼽은 1월1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희진, 여오현 등 고참들이 먼저 삭발을 하고 나온 일이 대표적이다.

유·무형의 톱니바퀴가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면서 삼성화재는 올 시즌에도 '우승 DNA'를 증명해 보이며 압도적인 전력으로 다시 정상에 섰다.

물론, 위기의 징후는 태평성대에 나타나는 법이기에 삼성화재의 미래를 마냥 장담할 수만은 없다.

시스템의 핵심인 여오현, 고희진, 석진욱은 이제 30대 중·후반에 접어들었고, 세터 유광우는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견디며 뛴다.

임대 선수 신분인 레오 역시 쉽게 다음 시즌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선수단 깊숙이 새겨진 '우승 DNA'가 사라지지 않는 한 위기가 오더라도 쉽게 '강호'란 타이틀을 내줄 것 같지는 않다.

나이가 많다고 거들먹거릴 것이라면 팀을 떠나는 것이 우리의 문화"라며 "우리가 은퇴하고 나면 내 옆의 후배들이 그 문화를 이어갈 것"이라던 고희진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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