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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잘 다루는 고수
개를 잘 다루는 고수
  • 동양일보
  • 승인 2013.04.23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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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에서 씽크대 공장을 하는 분의 진돗개가 목의 염증으로 수술을 받았다.

누구에게나 3년 된 숫 진돗개를 다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수술을 하고 며칠간 그 공장에까지 가서 수술 후 처치를 해주기로 했다. 수술은 큰 무리 없이 잘 되었으나 후처치가 문제였다. 다음날 후처치를 하기위해 공장을 방문했다.

수술한 진돗개 장군이가 최선을 다해 짖고 있었다. 진돗개는 그 특성상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마음 잘 열지 않는다. 자기 집으로 찾아온 수의사에게 이런 반응을 하리라는 것은 당영한 일이다.

마침 주인을 찾아도 없어 전화를 했더니 드레스를 입은 꽃다운 처녀가 2층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혹시 직원분이나 어른들이 안계시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개를 잡아 주겠단다.

진돗개는 일층 부터 이층 발코니까지 전 구역을 뛰어다니고 있어 잡기도 힘들 것 같았다.

물청소를 해서 곳곳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수술한 녀석 말고도 상근이로 잘 알려진 그레이트 피레니즈 한 마리 그리고 다른 진돗개 2마리가 더 있었다.

이 녀석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짖어대는데 나는 드레스 입은 아가씨와 장군이(진돗개 숫놈 3세)를 붙잡아 목에 주사를 놓아야 하는 것이다.

우선 주사기에 약을 넣었다. 머릿속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계단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내려온 꽃다운 처녀가 내 곁으로 오더니 주사기를 달란다. 목덜미에 놓으면 되냐고 물어본다.

주사방법을 설명하고 주사기를 주었더니 섬섬옥수 가녀린 손으로 주사기를 쥐고 개들이 우루루 올라간 이층 발코니로 올라간다.

잠시후 !

세면대 뒤집어지는 소리, 지옥에서 들려오는 듯한 비명소리 그리고 주변 개들의 컹컹 짖는 소리가 공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그 처녀가 이층에서 내려오는데 약간 휜 주사바늘이 꽂힌 빈 주사기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꽃무늬 원피스 어디에도 물이 튀거나 구겨진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빈 주사기를 주면서 환한 미소까지 짖는다. 진심으로 존경스런 미소와 찬사를 보내자 미소로 답한다.

이층에서 장군이가 내려오더니 목 뒷덜미를 뒷발로 긁는 것이 아닌가. 분명 주사를 놓긴 놓았구나. 정말 대단했다.

수의사로 생활하면서 많은 개를 다룬다고 하지만 한 수 높은 고수를 만나니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그 다음날은 공장직원들이 장군이를 잡아주었는데 한 시간 이상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두 명이 손목을 물린 후에야 주사를 놓을 수 있었다.

아직도 어떻게 그 처녀가 장군이를 제압하고 주사를 혼자 놓았는지 의문이 남지만 장군이는 덕분에 잘 치료가 되었다.

지금도 그 공장 주변을 지날 때면 그 처녀가 떠오른다.

아무리 순종적이라도 진돗개를 붙잡아 주사를 놓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닌데 세상에는 날고뛰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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