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1) 삼성그룹 회장이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경제사절단으로 출국하면서 두 딸인 이부진(43) 호텔신라사장, 이서현(40) 제일모직부사장과 동행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이 해외 출장을 가면서 두 딸을 대동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2' 참석차 출국하면서 두 딸과 동행했던 적이 있지만 그 이외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출장은 대통령 해외순방이라는 공적인 대형 이벤트와 맞물려 있어 사업상 동행했다기보다는 그 이상의 동기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경제사절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이들이 '여성 경영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52명에 달하는 이번 경제사절단은 역대 최대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4명의 여성 기업인이 참가해 눈길을 끈다.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순방 사절단에 참가하지 못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엠슨 회장),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장(한국맥널티 대표)이 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여성 기업인들을 독려하고 대내외적인 위상을 높여주기 위한 의도록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면모와 색깔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미국 방문은 삼성그룹 안팎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목적이나 현지 일정, 박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된 행사에 참가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 회장이 미국 정·재계 고위층과 만나는 자리에 배석함으로써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미국 면세점 사업 등을 점검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간판 기업인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패기만만한 두 여성 경영자가 첫 여성 대통령의 역사적인 해외 순방길에 함께 한 데는 그만한 이유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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