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 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북한 경제발전의 견인차 및 남북관계 개선의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믿었던 개성공단이 착공한지 10, 가동한지 9년 만에 문을 닫고 그곳에서 체류하던 한국 근로자들이 모두 귀환하였다. 북은 2013327일 입·출경 채널로 사용된 남북군통신선을 차단하더니 3일 뒤인 330일에는 존엄훼손하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였고, 43일에는 남쪽으로의 귀환은 허용하되 개성공단을 폐쇄한다.”고 선언하였으며, 48일에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통하여 북한 근로자 53,000여명 전원을 철수케 하였다. 이러한 일방적인 북의 조치에 대하여 한국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에게 실무자들 간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였으나 북은 국방위 정책국을 통하여 이를 거부하였다. 한국은 더 이상의 해결노력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으로 통일부장관을 통하여 잔류 인원을 모두 귀환케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427일에 126명이 귀환하였고, 29일에 43명이 추가로 귀환하였으며, 53일에 미수금 협상타결을 위해 잔류했던 7명이 마지막으로 귀환하였다. 그러나 개성공단에는 123개의 입주기업 3000억 원어치의 물품을 반출하지 못한 채 남겨두고 귀환하여야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희망의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개성공단은 부득이 식물공단의 처지가 되었다. ‘비록 문은 닫았지만 자물쇠는 채우지 않았으니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지만 예측 및 상식불허의 북이고 보니 이를 장담할 수 없고, 다행히 전기가 도래된다 하더라도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렇듯 개성공단의 앞날은 암담하기만 하다. 개성공단의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을 보면서 북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저토록 무모하고 저급한 행동을 일삼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은 바다 바람을 즐기기 위해 맨몸으로 금강산 해변을 거닐던 선량한 관광객을 총을 쏘아 죽게 하고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그 책임을 한국에 전가시키면서 금강산 관광을 금지시키고 모든 재산을 몰수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더니 이제는 자기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이유를 들어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적반하장의 만행이고 남북 간의 신의를 망가뜨리는 비상식적이고 막가파적인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몽골에 까지 찾아가 식량을 구걸하면서 뿌리를 함께하는 동족으로서 공동번영을 도모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남한을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 통치자의 눈에는 굶기를 밥 먹듯이 하고 초근목피(草根木皮)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북의 수백만 인민들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세계가 한 목소리로 평화를 외치고 있고 모두가 지구촌 한 가족이 되어 인류공동체로서의 삶을 제창하고 있는 때에 유독 북한만이 이렇듯 세계의 대조류에 역행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비극 중의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북의 통치자에게 묻겠다. “무엇을 위하여 함께 잘 살고자 노력하고 있는 남한의 동족들을 적대시하고 호시탐탐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갖가지 도발을 일삼고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지, 인민을 인질로 하여 벌이고 있는 도발적이고 침략적인 야욕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지”, “?, 그리고 누구를 위하여 그와 같은 반인민적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지?, 권력욕에 불타 옛 군주적 무소불위의 권한에 도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를 ?..”

북의 개성공단 강제적, 감정적 폐쇄조치는 남북관계 개선 및 성숙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된다. 통치자가 역사와 민족의 죄인으로 전락하는 패착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인민의 평안과 복지를 책임져야 할 통치자가 인민의 주요 소득원을 사장시키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할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것이 되는데 통치자는 이에 대한 국내외적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북의 개성공단 가동중지행위를 보면서 북에 짙게 드리워진 먹구름은 언제쯤 걷힐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는 저토록 독선적이고 악의적인 행동에 대한 자기성찰이 없는 것에 대하여 참으로 안타깝다는 연민의 정을 갖는다. 오호 통재(嗚呼 痛哉:슬프도다)이다. 하는 수 없이 하늘에 묻는다. 도대체 북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고 있는가. 과연 인민은 존재하고 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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