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통한 HIV감염여부 확인조차 못한 사례 '수두룩'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에게서 수혈받은 사람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8일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종합감사결과를 보면, HIV 확진자가 과거에 헌혈한 혈액을 수혈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관련 기관간 협력 미비로 시간이 지체되는 등 허점이 많았다.

질병관리본부는 HIV 수혈 감염 발생 여부를 조기 확인해 신속하게 조치하고자 65일 안에 조사를 끝낸다는 목표로 역추적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조사기간을 넘기기 일쑤였다. 이 조사는 수혈정보 파악 단계(혈액원), 수혈자 인적사항 파악 단계(시도 및 시군구 보건소), 수혈자 채혈조사 단계(시도 및 시군구보건소) 등으로 이뤄진다.

감사 결과, 2010년부터 2012년 11월까지 총 1928건의 조사대상 중에서 절반이 넘는 1038건(53.8%)이 조사설정기간인 65일을 넘겼다. 심지어 365일 이상 조사가 지연된 사례도 81건에 달했다.

조사가 늦어지면서 수혈자와의 연락 두절이나 수혈자 사망 등으로 말미암아 HIV 감염 여부를 알아내지 못하고 조사를 끝낸 경우도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0~2012년 11월 조사를 완료한 1천448건에서 1천129건은 음성 판정을 내리는 등 HIV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329건은 혈액출고대장 같은 기록물 폐기, 의료기관 폐업, 수혈자 연락 불능, 채혈 거부 등의 이유로 수혈을 통해 HIV에 걸렸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조사 불가 처리했다.

이를테면 질병관리본부는 2010년 1월 28일 HIV 확진자 혈액 수혈자의 수혈 사실을 같은 해 2월 5일 확인했다. 그러나 무려 720일이 지난 2012년 1월26일에야 수혈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바람에 연락이 닿지 않아 HIV 감염 여부를 확인 못 하고 조사를 종결했다.

또 2010년 6월 29일 HIV 감염 혈액을 수혈한 사람을 알아냈지만, 524일이 흘러 수혈자가 사망하고 난 뒤에야 시도 보건소로부터 수혈자 인적사항을 통보받아 실제 감염 여부를 규명못하고 조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복지부는 지자체 보건소가 조사를 지연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과 혈액출고기록을 10년 이상 보존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질병관리본부에 지시했다.<정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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