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확인 45분 후 119신고 … 신고내용도 ‘질식 아닌 감전’
사고순간 목격자 유무 번복 “경황없어 실수, 고의 아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10일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 회사 측이 사고를 인지하고 최대 45분이 지나서 119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나 초기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119 신고자는 ‘질식이 아닌 감전’으로 상황을 전했다. 회사 측은 사고 순간을 본 목격자가 있다고 했다가 없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충남 소방본부에 따르면 당진제철소 사고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이날 새벽 2시 25분이다.
이에 앞서 회사 측이 사고를 인지한 것은 새벽 1시 40분께다.
즉, 회사 측이 자체적으로 초기 대응을 하느라 45분가량을 흘려보낸 셈이다.
회사 측이 종합적인 대처능력을 갖춘 119에 신고부터 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발견 즉시 119 신고를 해 민·관 합동으로 구조했다면 시간을 단축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측은 인명이 걸린 상황에서 의도적인 지연 신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신고 내용도 의문이다. 당시 신고자는 ‘보수 작업 중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부상자 5명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상황을 설명했다.
현대제철 측은 이날 새벽까지만 해도 “5명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한 직원이 있다”며 사고 즉시 발견했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 직원이 어떻게 대응했고 언제 신고했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다 경찰이 ‘작업자가 이미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애초 목격자가 있다고 설명한 것이 잘못됐다며 번복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갑작스런 사고로 경황이 없는 가운데 언론의 확인 요청이 빗발쳐 일부 사실을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거짓말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6개 기관에서 파견된 80여 명이 조사 중이라서 이에 응하느라 연락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희생자들의 고용주인 한국내화측도 사고발생 4시간이 넘어서야 노동청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자마자 담당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에게 상황을 곧바로 보고하게 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천안고용노동지청이 이날 새벽 4시께 자체 전파망을 통해 이미 상황을 인지한 뒤 현장에 나가 조치를 하는 데도 한국내화 측은 늑장 보고를 했다는 점이다.
원청업체인 현대제철은 당국보다 빨리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관계기관에 즉시 연락하기보다는 자체 수습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천안고용노동지청은 산업재해감독관을 현장에 급파해 사고 전반을 조사하는 한편 특별감독을 통해 업체의 위기관리 대응규정 준수 여부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당진/홍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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