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두<청주 봉명고 교사>

29일 오전 1시쯤 광주시 한 아파트 화단에서 중학교 3학년 B(15)군이 몸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 경찰과 119에 신고했다.
18일 오후 4시쯤 경기 수원시 한 아파트 화단에서 중학교 3학년 A(14)군이 쓰러져 숨져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최모(70)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특별히 힘들이지 않고, 단어와 조사 몇 가지만을 바꾸면 놀라우리만큼 같은 문장이 된다.
 요새 들어 부쩍 성적 비관, 학교 생활 부적응 등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 정부 누구 하나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원인 분석도 제대로 되지 않는 가운데 안타까운 상황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주위에서 누구 하나 미리 낌새를 알아채고 도움을 준다거나 상담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정에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부모님이 계시고, 학교에는 담임선생님은 물론 상담선생님도 계시고, 멀지 않은 곳에 청소년센터나, 쉼터 같은 것들이 많이 있다고들 하는데 왜 이런 현상이 자꾸만 되풀이 되는 것일까.
아이러니한 것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본인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해한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해 부모님께 미안하다.’, ‘학교 생활을 잘 하지 못해 부모님께 죄송하다.’ 그것이 어찌 아이들의 잘못이겠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나부터도 고심하고 반성해볼 문제이다. 우리 반 학생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과연 나에게 다가와 문제를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을 것인가. 자책감을 넘어서 교사로서의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나름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다. 토요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한다든지, 전문 상담교사의 수를 늘린다든지, 담임교사에게 해당 직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수를 의무 이수토록 한다든지, 심지어 서울에서는 파격적으로 중학교에 한해 1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운영한다든지 하는 정책들이다.
부디 다양한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부터도 아이들을 자세히 보고, 가만히 바라보고, 그저 그대로 오랫동안 바라봐야겠다.
아이들에게 흔히들 꽃다운 나이라고 한다.
가만히만 있어도 예쁘고, 흘러가는 바람소리에도 괜한 웃음이 터지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꽃송이처럼 아름답다. 아름다워야만 할 꽃이 진다.
더 이상 그 꽃이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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