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순(문학평론가)

 친척들끼리 만나는 모임에서 어느 분의 사위가 식당을 개업했다고 해 가 보기로 했다. 천안에 있는 오리전문 식당이라고 하는데 어느 하루 날을 잡아 삼삼오오 차를 타고 갔다. 천안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식당은 누구나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차에서 내려보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떠나기 전에는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이려니 했는데 와 보니 완전 예상을 뒤집어 놓았다.
 총 이천 평이 넘는다는 그곳은 주차장에서 대강 둘러보아도 아기자기하게 공원처럼 꾸며놓아 기존 식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었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니 좌석 수도 상당해 몇 백 명이 않을 수 있는 규모였다. 식당 안 여기저기도 무슨 박물관처럼 미술품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놓았다. 참 특이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주인 말대로 누구나 한번쯤은 와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안을 구경하는 동안 식사를 하러 식당에 왔다는 생각을 잠시 망각할 정도였다.
 식당 주인 또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이십 년 동안 의사 일을 하다가 어느 날 용단을 내려 식당을 열게 되었는데 의사생활을 하면서도 취미이상의 재주를 발휘하여 어느 신문사에 사진만평을 연재한바 있고 몇 년 전에는 “가덕도 숭어잡이”라는 사진집을 펴내 한국어부들의 독특한 풍속을 사진집으로 담아내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사진집의 서문에서 밝힌 ‘가덕도 숭어잡이는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겐 어찌 보면 미련한 방법일 것입니다. 요즘 같은 스피드 시대에 그물을 쳐 놓고 하루 종일 기다리고,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만 고기를 잡으려 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최첨단 시대에 원시적인 어로 방법을 보는 아이러니라고나 할까요.’라는 그의 글을 보며 망연히 생각에 잠겨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그의 사진집을 찬찬히 들춰보며 바쁜 의사 일을 하며 언제 이처럼 쉽지 않은 작업을 했을까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그의 사진집을 보노라면 스피드가 난무하는 첨단의 시대를 거슬러 사는 어부들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본질적인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사진작업은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믿는다. 사진과 해설이 함께 실려 있는 그의 사진집은 영문도 함께 실려 있어 외국인들에게도 우리의 풍속을 알릴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사진집을 보면서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알던 그를 다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그동안 의사 일을 하며 언젠가 요식업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살았다고 한다. 그동안 무수하게 식당을 드나들며 각 식당마다 특징을 살피고 나오는 요리를 음미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어찌보면 안정된 의사라는 직업을 떠나 전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이런 결정을 내린 그가 용기가 새삼 돋보였다. 식사 메뉴는 오리요리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나왔는데 그 또한 신선하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마신 오미자차 용기는 그가 외국에 나갈 때마다 신경 써 사들인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현재 전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그의 표정은 밝고 편안해 보였다. 아직 식당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어느새 지역 결식아동 돕기를 암암리에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점진적으로 돕는 규모를 키워가고 싶다고도 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지만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며칠 전 신문에서 어느 코메디언이 만든 영화가 백 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는데 그 영화가 그의 네 번째 작품 중 처음 성공한 작품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는 그동안 도박도 주식도 해 본적이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으며 어찌보면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 삶속에서 정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었다.
 정녕 가슴 뛰는 삶을 사는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의 용기와 감동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새롭게 가슴 뛰는 삶을 선택한 지인의 용기에 다시 한 번 갈채를 보내고 싶다. 그의 도전이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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