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충북생생연구소장)

요즘 날씨가 무척 덥다. 더운 날씨에 하루 종일 다니는 것도 피곤한데 상식을 파괴하는 한심한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 피곤을 더하게 한다. 요즘 유일한 낙이 TV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해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전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박지성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열광했는데 요즘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지동원,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야구에서는 류현진, 추신수 선수의 활약에 마음이 흐뭇하다. 그들의 활약을 보다보면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이 다소나마 풀린다.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 선수들이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단순하게 분석해 보면 연습벌레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성실성, 담대함, 철저한 자기관리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많은 선수들의 경우 성공 뒤에는 열성적인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다. 우리나라 단체 경기 선수들 중에는 매우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이 많다. 우리 선수들이 독일이나 영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축구를 한다면 우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경기에서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것이 없는데도 우리 국가대표팀의 국제 경기를 볼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무리한 비약인지는 모르지만 본인은 공사 구별이 명확하지 않은 우리 문화가 한 원인이 아닐까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은 자신들의 실력이나 성적에 따라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실력과 성적에 따라 경기 출전 여부가 결정되고 결과적으로 계약연장과 연봉이 결정된다. 감독이 개인적으로 알고 좀 친하다고 봐주는 것이 없다. 오로지 실력과 성적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경기는 개인의 능력에 의해 경기결과가 결정되지만 단체 경기는 같이 경기하는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이길 수 있다. 어느 한 사람의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전체 경기 결과가  좋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여러 사람들이 경기를 하다 보니 누구의 경기력이 떨어지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이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정확한 판단을 한다면 가장 최강의 라인업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만에 하나 다른 요인에 의해 그런 판단을 하지 못하면 팀웍은 깨질 수밖에 없다. 우리 단체 경기팀들을 둘러싸고 돌던 얘기 중에는 감독이 어느 학교 출신이라서 그 학교 출신들이 더 자주 기용된다는 등의 얘기다. 즉 개인의 친소관계가 전체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얘기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말로는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혈연, 지연, 학연 등 연결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해 특별히 봐 줄 것을 기대한다. 필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외는 아니다. 상식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봐주는 것이야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문제는 그 정도를 벗어나는 경우인데 경험상 대부분의 부탁이 그런 정도를 벗어나는 경우다. 각자는 별 것 아닌 작은 호의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들이 사회 전체적으로 쌓이고 그런 의식이 사회 전반에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본다. 선진국은 사회의 불공정을 조장하는 봐주기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 같이 근무하는 동료 처지에 너무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과 사를 철저히 구별하고 있다. 그들이라고 정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엄격하게 통제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현재의 수준까지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엄격하게 조치하지 않는다면 정에 이끌려 정도를 행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면 우리 스스로 사회적 정의의 범위를 벗어나는 봐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잘 했으면 상을 받고 못했으면 그에 따른 응징을 받는 것이 공정한 사회다. 문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그 고리를 어떻게 끊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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