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문화재 유존지역 잊고 건축 허가한 군 잘못” 원상복구명령 무효 판결

옥천군이 건축허가를 잘못 내줘 문화재가 훼손되자 개발업자에게 책임 떠넘기려다 법정 싸움에서 패소했다.

28일 청주지법 행정부(최병준 부장판사)주택 신축과정에서 문화재를 훼손한 것은 옥천군이 건축허가를 잘못 내줘 발생한 일이라며 개발업자 전모(60)씨가 옥천군수를 상대로 낸 원상복구명령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옥천군이 문화재 유존지역임을 모른 채 허가해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가 훼손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훼손된 문화재의 원상복구 명령은 법이 정한 보존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훼손 당사자라는 이유로 전문가도 아닌 원고에게 직접 복구를 명령하는 것은 오히려 2차 문화재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문화재의 특성상 검증된 전문기관이 최대한 원형대로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지난 20119월 옥천군 청성면의 한 야산에 주택과 창고를 지으려고 군에 개발행위허가, 산지전용허가, 건축신고 등을 냈다.
군의 담당부서에서는 20여 일 후 별다른 단서 조건 없이 전 씨에게 건축 허가를 내줬다.
문제는 전씨가 본격적인 부지 조성 공사에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진입로 공사 도중 옛 토성 일부가 발견된 것이다.
이 토성이 신라시대 소지왕 때 축조된 '굴산성(屈山城)'인 것으로 추정되자 군은 즉시 공사 중지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드러난 석축의 80% 정도가 무너진 뒤였다.
이곳은 문화재 유존지역이었지만 군이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전씨에게 건축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문화재 훼손을 초래한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군은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3개월 만에 전씨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전씨는 옥천군이 개발을 허가, 발생한 문제인데 이제 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군은 전씨가 반발하자 공사 때문에 굴산성이 훼손됐다며 그를 매장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공사로 문화재를 훼손했지만 잘못된 건축허가 등으로 이뤄진 정상을 참작한다며 전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옥천/박승룡>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