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 폐지 문제는 여야 모두에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덜컥 약속했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보니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정치쇄신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로 최근 합의하고 국회 정치쇄신특위를 채근하고 있지만, 이 문제 만큼은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당은 표면적으로는 책임정치 구현과 토호세력 발호 등의 부작용, 신진·소수세력에 대한 배려 필요 등을 이유로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4·24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일시적 '실험'을 했지만 , 제도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야당과 맞물려 있어 대화를 해야 한다"고 공을 야당 쪽으로 넘겼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내에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폐지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는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일단 당내에 기초자치선거공천제도 찬반검토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가 결론을 내리면 이를 놓고 전(全)당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결론을 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선 여야를 떠나서 여성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는 각 정당들이 일정비율 이상 여성후보를 공천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어 정당공천이 여성의 정계진출을 돕고 있지만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와 민주당 전국여성위는 최근 국회에서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에 미적대고 있는 것은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보다도 결국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무기로 내세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회 정치쇄신특위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토론회를 열었지만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런 분위기 탓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배제가 실현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는 여야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 몇차례 이행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완전백지화 하기는 어려운 만큼 '부분 적용'이라는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양당이 압박을 받게 되면 어물쩍 넘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기초의원 폐지 정도로 타협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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