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전직 대통령의 아들까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 의혹이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재벌 오너와 임원을 시작으로 제기된 조세피난처 탈세 의혹은 문화, 교육계 인사에 이어 결국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까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며 전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모양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작업을 통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인사들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는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관련됐다고 밝혔다.

전씨는 2004년 7월 28일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포레이션(Blue Adonis Corporation) 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 회사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됐으며, 이사회 결의서 내부 자료에 주소로 표기된 서초동은 그가 대표로 있는 출판업체 '시공사'의 주소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뉴스타파는 이 회사가 전재국씨의 것으로 파악했다.

무엇보다 전씨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2004년은 그의 동생 재용씨에 대한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두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불거진 와중이어서 주목된다. 최종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비자금이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전재용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73억원이 전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고, 이 자금을 추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으나 이후 흐지부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또 전씨가 최소한 6년 이상 이 회사를 보유했고 이와 연결된 해외 은행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앞으로 국세청과 검찰 등 당국이 파헤쳐야 할 부분인 셈이다.

1~3차를 통해 공개된 17명과 이번에 공개된 전재국씨를 합치면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관련자는 모두 18명이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전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신분에서 탈세 의혹이 농후한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점에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거액의 비자금 조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추징금을 부과받았음에도 버티고 있는 와중에서 장남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은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와 비자금 추징 여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검찰은 오는 10월 추징금 부과 시효가 끝나기 전에 은닉자금 등을 찾는데 힘을 기울이고 그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강제집행 등의 방법까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관련 작업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뉴스타파의 발표로 전직 대통령의 아들까지 역외탈세 혐의를 받게 되면서 파장은 확대일로 양상이다.

일단 국세청은 전재국씨를 포함해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명단에 대해서는 자체 역외탈세 추적 작업과 더불어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역외탈세 의심 사례에 대해서는 성역없이 끝까지 추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27일 정보교환회의 참석차 유럽, 미국 출장길에 오른 조정목 국제조사과장을 통해 역외탈세 정보 수집 네트워크도 재점검했다.

국세청은 미국, 영국, 호주 국세청이 확보한 역외탈세 의심 정보 가운데 일부를 입수한데 이어 추가 정보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어 뉴스타파의 명단 발표와 맞물리면서 조사 대상도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역외탈세 조사의 파장은 끝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이름이 나오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자료 분석을 통해 속속 역외탈세 의혹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할 방침인 만큼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한 탈세 의혹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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