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석 전 충북체고 교장

해마다 전국소년체전을 앞두고 체전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올린다. 1970년대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최하위 충북의 소년체육을 7연패로 이끈 것을 기념하는 탑 앞에서 엄숙하게 진행된다. 기원제에는 충북교육청과 도체육회는 물론, 경기단체 관계자와 우리 체육계 원로들이 참석한다.

필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사직동 청주야구장 앞에 위치한 기념탑 앞에서 진행된 금년 성공 기원제는 예년과 분위기가 달랐다.

160만 도민이 한 마음으로 우리 선수들의 건강과 승리를 기원한 만큼 하늘도 그 정성에 감동하여 사전 경기에서 우리 충북은 금메달 11개를 차지하면서 목표 3위 달성에 청신호를 밝혔다.

경기 초반 더운 날씨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각 종목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하나 둘씩 소중한 메달을 쌓아 갔다.

인구와 도세에서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상위권 진입 목표는 더운 열기를 타고 고조되었고, 대회 사흘째 되던 날 내리는 빗줄기를 타고 승승장구를 이어갔지만 타시도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마음조리며 대회장을 누비던 우리 체육계 원로들도 선수들 못지않게 손에 땀을 쥐고 응원을 보탰다.

우리 금메달이 30개 되던 경기 사흘째 되던 날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그 속에서 경북, 충남이 금메달 27개로 우리를 추격해 왔다. 선수단과 교육청, 체육회 관계자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날 이어진 경기에서 충북 선수단에게 다시 금빛 낭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청주남중 복싱과 청운중 펜싱, 제천의림여중 하키, 여중부 배드민턴과 여초부 정구가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금메달 35개로 금빛 레이스를 마치게 된다.

경기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을 때 나는 배드민턴 경기장을 찾았다. 여중부 충북 선발팀이 광주체중 팀을 상대하고 있었다.

3단 2복식으로 모두 다섯 번을 싸워서 승리해야만 금메달의 주인이 되는 경기였다.

경기는 단, 복, 단, 복, 단 중에서 단 지고 복 이기고 단 이기고 복 지고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단식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경기장은 이른 새벽부터 응원을 위해 달려온 우리 중학생들로 가득했다. 응원구호는 슈우웅 딱, 슈우웅 딱이었다. 슈우웅 넘어오는 콕을 딱 소리에 맞춰 강한 스매싱을 구사하는 것이다. 접전 끝에 듀스가 되고 21점 세트 경기가 24점에 이르러서야 결판이 났다.

우리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보면 금메달이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경기력만 믿고 있다가 허망하게 패하고 메달을 놓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관람한 사람들은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것을 묵묵히 시인하게 된다.

우리 충북 선수단이 일궈낸 값진 메달은 어떠한 이유로도 낮게 평가 돼서는 안 된다. 그 날을 위해 흘려왔던 선수들의 피와 땀을 생각해서 말이다.

제42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최우수선수 8명을 배출한 우리 선수단이 일궈낸 성과에 160만 도민 모두가 만족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고생한 선수들에 대해 뜨거운 격려를 보내며 체육 인프라 육성과 학교체육을 견실히 육성해 온 교육청과 지도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