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자료제출 요구…조현오 '찌라시' 언급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기소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할 당시의 금융거래 내역이 추가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박모씨 등 당시 청와대 행정관 2명의 금융거래 내역을 검토하고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전주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청장의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2009년 4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당시 청와대 행정관 한모씨 등 4명의 은행계좌를 1주일 내에 제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금융자료 제출명령을 통해 해당 은행으로부터 거래내역을 받아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여지가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조 전 청장의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의 금융거래 내역 조사를 재판부에 신청했다가 뒤늦게 조사대상을 정정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확인한 청와대 행정관 2명의 금융거래 내역에 더해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자료도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에 앞서 대검 중수부가 보관하고 있는 당시 계좌추적 자료 일체를 제출받아 조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기록이 공개되면 확인되지 않은 추측이 유포되고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거부했다.

재판부는 "유죄를 입증할 책임은 검찰에 있다"면서도 조 전 청장에게 차명계좌 발언이 어떤 사실을 근거로 했는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조 전 청장이 발언의 출처로 지목한 임경묵(68)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은 지난달 14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차명계좌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조 전 청장은 발언의 근거 중 하나로 정보지, 속칭 '찌라시'를 들기도 했다.

그는 "임 전 이사장에게 차명계좌에 관한 얘기를 듣고 강연에서 그대로 전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검찰 수사 당시 언론보도와 경찰에서 나름대로 접한 정보보고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이유에 대해 가진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신빙성이 있고 확인 가능한 내용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시간이 많이 지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고 '찌라시'의 속성상 보자마자 바로 파기하기 때문에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는 구속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임 전 이사장을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로 지목했다.

그러나 임 전 이사장이 관련 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확실한 발언 출처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음 공판은 7월 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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