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선거법 위반…총 5명 불구속 기소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불법 정치개입 댓글의 책임을 물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14일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1항 위반 및 국정원법 제9조(정치관여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수백개 아이디로 댓글 1760건 게재 =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사이트 수십 곳에서 수백 개의 아이디를 동원해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댓글 1760여건과 댓글에 대한 찬반 표시를 올리도록 지시하고 사후 보고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검찰이 선거 개입으로 판단한 댓글은 67개이며 댓글을 쓴 국정원 직원은 9명이다. 작성 기간은 지난해 9월19일부터 12월14일까지다.

댓글 중에서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거론하며 비판한 글이 3건, 민주당의 대북 정책 문제점 등을 지적한 글이 28건이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거론한 글은 3건,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와 통진당을 비판한 글은 26건이다. 대선 유력 주자였던 안철수 예비 후보를 비판한 댓글은 3건이었다.

●댓글 관련 직원 6명 기소유예 = 검찰은 국정원의 이종명 전 3차장, 민모 전 심리전단장, 김모 심리전단 직원 등 3명, 외부 조력자 이모씨 등 6명에 대해서는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범행으로서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해 전원 기소유예했다.

고발되지 않은 심리전단 직원들은 입건 유예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별도로 고발된 박모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키로 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동조를 받는 사람과 단체까지 종북세력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 때문에 직무범위를 넘어서는 불법적인 지시를 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불법적인 지시에 따라 국정원 심리전단이 북한·종북세력 대처 명목으로 특정 정당 및 정치인에 대해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선거운동 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용판 전 청장이 수사결과 왜곡 = 검찰은 지난해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축소·은폐를 지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공직선거법 위반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다.

함께 고발된 김기용 전 경찰청장에게는 범행 가담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 고발 사건을 수사한 서울 수서경찰서가 대선 3일 전인 지난해 12월16일 "대선후보 관련 비방·지지 게시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서울경찰청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여직원 김씨의 컴퓨터에서 디지털 증거를 분석한 서울청은 확인된 ID·게시물 등을 수서서에 제공하지 않은 채 범죄 혐의를 왜곡하는 발표문을 만들었다. 또 증거분석 결과물 회신을 거부해 정상적인 수사 진행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의혹 비밀누설 관련 2명 불구속 기소 = 검찰은 또 국정원 의혹 폭로 과정에서 발생한 비밀 누설과 관련, 직원 정모씨와 전직 직원 김모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정씨는 국정원직원법 위반 및 선거법 위반 혐의가, 김씨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정모씨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자료'와 다른 직원들의 신상정보를 전직 직원 김모씨에게 누설했으며 이 자료가 특정 정당(야당)의 선거 기획에 활용됐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검찰은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앞에서 감금 행위를 한 혐의로 고발된 민주당 당직자 정모씨 등 관련자들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어 계속 수사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달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무오 데이터 회복방지기'를 실행해 업무용 컴퓨터의 삭제파일 복구를 불가능하게 만든 사이버범죄수사대의 박모 증거분석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사람은 원 전 원장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직원 정모씨, 서울경찰청 박모 팀장 등 총 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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