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새정부 정상간 신뢰ㆍ소통 강화…중, 박대통령에 '파격예우' -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미래협력계획 담은 공동성명ㆍ부속서 채택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중국 시안에서 한국 기업 시찰과 주요 유적지 방문, 재중한국인 간담회를 끝으로 지난 27일부터 시작한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서는 올해 초 동반 출범한 양국의 새 정부가 향후 관계 발전에 있어 임기 5년을 뛰어넘어 새로운 20년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한중정상회담의 핵심 기대성과였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내실화'를 충실히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 박 대통령의 핵심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중국 측의 지지를 확보한 것과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진전 모멘텀을 확보한 것도 성과로 평가된다.

다만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 측으로부터 진전된 입장 표명을 끌어냈지만 '북핵'이라는 표현으로 명기되지는 않아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양 정상간 신뢰 속 향후 20년 미래협력 청사진 = 박 대통령은 중국 측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라오펑요우(老朋友ㆍ오랜친구)'로 지칭하며 국빈만찬을 인민대회당에서 최대규모 연회장인 '금색대청'에서 연 것이나 이튿날 이례적으로 특별오찬까지 함께한 것 등은 중국 외교가에서도 '파격 예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는 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취임 직후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방문하면서 중국의 기대감이 높아졌고, 시 주석과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이어온 덕분에 상호 신뢰가 탄탄하게 다져진 결과로 보인다.

박 대통령도 방중 슬로건을 '심신지려(心信之旅)'로 정할 정도로 한중간 '신뢰외교'를 특별히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박 대통령은 나흘간의 방중에서 양국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 언론들의 대대적인 방중 보도나 칭화대(淸華大) 방문에서 중국 대학생들의 열렬한 환영 등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민의 열렬한 지지는 한중 관계 심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실질적 성과도 제법 많이 도출됐다. 정상회담 이후 정부간 협정 1건과 기관간 약정 7건 등 역대 우리 정상의 방중 외교 사상 최대인 8건의 합의서가 서명됐다.

한중 공동성명에서 처음으로 첨부된 부속서를 통해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만든 것도 가시적인 성과물로 치부할 수 있어 보인다.

양국 지도자 간 소통 강화를 비롯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 간의 대화체제를 신설하는 등 정치ㆍ안보 분야에서도 공조를 강화하며 그간의 '경열정냉(經熱政冷)'을 '경열정열(經熱政熱)'로 탈바꿈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어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진전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데다 두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를 중요하게 거론, 양국 실무자에게 방향성 있는 지침을 내리면서 향후 협상에서 좀 더 빠른 속도의 진전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나, 통상, 금융 등 경제 분야에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마련한 것도 성과로 꼽힐만 하다.

한중 인문교류 공동위원회를 신설해 양국 간 인문 유대를 강화하기로 한 것과 그동안 양국 국민 간 갈등의 소지가 됐던 중국 어선의 서해상 불법조업 및 동북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양과학기술 양해각서를 개정하고 역사연구 상호교류 및 협력에 합의한 것 도 실질적인 성과로 여겨진다.

●대북정책 기조에 중국지지 끌어내…'북핵' 부분은 아쉬움 = 박 대통령은 방중 첫날부터 이틀간 시 주석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까지 중국의 정치서열 1∼3위를 모두 만나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 지지를 확보했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이 제시한 신뢰프로세스를 '낙관적으로 본다'(樂觀其成)"며 "한국이 이를 잘 추진함으로써 남북문제의 해결을 기하고 한중간 긴밀한 협의를 유지하며,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고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구현해 나가는데 중국도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리 총리와 만남에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6자 회담의 조기 재개라는 중국 측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이처럼 지난달 초 미국 방문에 이어 중국에서도 자신의 대북정책 핵심 기조에 대한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남북문제가 풀리다면 유효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밑거름을 확보한 셈이 됐다.

북한 비핵화 부분에서도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끌어내기 위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언급했는데 '유관 핵무기'라는 것이 북핵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성명에 애초 우리 정부의 목표였던 '북핵 불용'이란 표현을 담지는 못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한을 지나치게 코너로 모는 것을 피하려 해 양측이 최종 문구 조율에서 절충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부분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제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등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보이고 있고, 깊은 우애와 신뢰를 쌓은 양국 정상이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협상할 여지가 충분해 '북핵 불용' 표현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시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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