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시인 네번째 시집 ‘오래된 밥상’ 발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김병기(49·010-5467-2148)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오래된 밥상이 발간됐다.

김 시인의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미지는 오래된 서정이다. 그는 오래된 서정을 이라는 소재를 통해 형상화한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밥은 그의 시에서 늘 신자본주의 문명의 이기에 처한 인간정신의 회복을 의미한다.

덕분에 그의 시편에는 인간정신이 한 몸을 이뤄 또 다른 의미를 생성한다.

밥 한 그릇의 의관정제를 물끄러미 쳐다보면/갑자기 올칵 올라오는 것이 있다/저 밥 앞에서 나는 하루를 똑바로 살았는가 물어보니/붉은 노을이 따귀를 후려친다/흩어진 몸 추스르고 풀린 눈 힘주어 뜨고/무릎을 꿇어도 북받쳐 오르는 나의 길은 오리무중이다//밥 너머에서 휘도는 강물의 노래가 들린다/어머니의 손가락이 흔들리며 노래를 불러들인다/그들 앞에서 나는 무엇인가/그 쓸쓸함의 눈빛 앞에서 나는 얼마나 부끄러운가//한 그릇 밥에서 눈물 냄새가 난다/울지 않고서는 이 될 수 없었던/그 따스하고 질펀한 노동의 힘에 섞인 숭고들/등이 굽은 밥 한 덩이 앞에서/나는 어떻게든 엎질러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밥의 의관정제전문이다.

이 시는 시집이 표상하고 있는 주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은 살림살이의 근원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 오래된 밥상을 통해 생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찾고 있는데, 이는 질펀한 노동의 힘에 섞인 숭고들/등이 굽은 밥 한 덩이의 의미를 되새기며 올바른 세상으로 나가는 단초를 발견한다.

이정록 시인은 김병기 시인의 시는 새의 가슴처럼 따뜻하고 오래된 서정의 교본을 들춰보는 것 같다. 시를 읽다 보면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경건함과 무릎걸음을 깨우친다. 삶이 곧 시려니, 땀으로 쓴 시에서는 밥 냄새가 난다, 허장무 시인은 그의 시는 지고한 의 가치를 섬기면서 만만치 않은 세월, 등짐 진 두꺼비처럼 묵묵히 한 을 걸어온 곡진한 수행의 등가물이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1965년 경기도 이천 출생으로 1997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데뷔, 시집으로 꽃따기’, ‘얼음두꺼비의 노래’, ‘보름다리등이 있다. 현재 증평 형석고 교사로 재직중이다.

시와에세이, 150, 1만원.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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