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약해진 위상 반영…내년 지방선거앞두고 도미노 탈당 이어질까

정상혁 보은군수가 1일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남부권 정치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정 군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 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뜻에서 현재 몸담고 있는 민주당을 떠나 무소속 군수로 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온전한 자치를 갈망하는 시골 군수의 소신'이라고 강조했지만, 그의 탈당 배경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정 군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남부3군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던 이용희 전 의원과 손을 잡고 당선됐다.

당시 이 전 의원이 이끌던 자유선진당은 보은·옥천·영동의 군수 3명을 비롯해 도의원과 군의원을 싹쓸이하면서 막강한 조직을 과시했다.

지난해 이 전 의원이 아들인 재한씨에게 지역구를 물려줄 때에도 이 지역 군수 3명과 도의원 4명, 군의원 16명이 무더기로 민주당에 입당해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점에서 정 군수의 탈당은 이 지역에서 약화된 이 전 의원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총선 무렵부터 정 군수 주변에서는 이 전 의원과의 불화설이 나돌았다.

정 군수가 같은 당 후보인 재한씨의 선거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이 전 의원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때부터 일각에서는 정 군수의 탈당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6월 지방선거도 그의 '결단'에 기폭제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총선에서 재한씨를 꺾은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이 하루가 다르게 지지기반을 넓히면서 그의 재선 고지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제가 유지될 경우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남게 된 정 군수는 적어도 2명 이상의 여야후보와 경쟁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현직 프리미엄' 덕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 군수가 공천제 폐지를 탈당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한편으로는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정 군수 탈당이 옥천·영동군수나 지방의원한테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군수와 지방의원의 정당 분포만 놓고 볼 때 남부3군은 여전히 이 전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의 아성이다.

그러나 총선 패배와 옥천에 외가를 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지지층 이탈이 이어진데다, 이 전 의원 은퇴에 따른 공백도 예상보다 크다.

이 때문에 정 군수의 탈당이 도·군의원이나 다른 군수들의 '선택'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몇몇 지방의원은 이미 민주당에서 마음을 접고 내년 지방선거판을 펼쳐놓은 채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 군수의 탈당이 남부권 정가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이날 정 군수의 민주당 탈당과 관련 "중앙 정치에 예속되지 않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자주적인 생활자치 실천을 위해 기초 자치단체 정당 공천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정당 공천제 폐지를 약속했고, 국회 정치쇄신특위에서 이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충북도당은 "이런 시점에서 정 군수의 탈당은 당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개인적인 결정"이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정 군수의 탈당과 관계없이 풀뿌리 민주주의, 자주적 생활자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보은/임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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