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이 521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4860원보다 7.2% 오른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올해도 순탄치 못했다. 대폭 인상안과 동결안을 놓고 지루하게 이어진 노사 간 힘겨루기로 법정시한을 넘기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밤샘 회의 끝에 5일 새벽 투표를 거쳐 7.2% 인상안을 가결했다.
결국 노사 모두 만족스러운 합의안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근로자 측이 최종 제시한 인상률 19.1% 인상의 절반이 안 되고, 사용자 측이 수정 제안한 1% 인상의 7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노사 양측이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영세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중소기업계도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서로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중립적인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을 가까스로 가결한 만큼, 어려움이 있더라도 수용하는 것이 순리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장 선은 평균임금 대비 50%다. 그런데 우리는 겨우 37%선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물가 등을 반영한 수치로도 스페인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고 한다.
그러므로 더 높여나가야 하는 것은 맞다.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한꺼번에 OECD 권장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단계적으로 목표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최저임금 공방전을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경영계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통한 OECD 권장선 준수가 경영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오히려 노사 상생 기반을 강화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더는 최저임금 문제로 노사 갈등이 증폭되곤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노동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수준만이 관심사는 아니다. 정해진 최저임금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느냐 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제발 최저임금만이라도 온전히 받게 해달라고 아우성치는 아르바이트학생 등 저임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을 조금 올려봤자 나 몰라라 하며 외면하는 사용자나 사업주가 적지 않아서다.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이 나오자 인터넷에는 ‘지켜지기만 해도 만족할 수준’이라는 글이 숱하게 올라왔다.
마땅히 하소연할 데도 없이 전전긍긍하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최저임금 기준을 안 지켜도 처벌 수위가 터무니없이 낮아 위반 사업주가 활개 치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 조사로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전체 임금 노동자 8명 중 1명꼴이다.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춰 올려 소득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여기에 맞춰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악덕 사업장을 뿌리 뽑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