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길우 오송 화장품뷰티박람회 조직위원회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가 화려하게 폐막한지도 한 달 보름이 다 되어간다. 오늘은 오송 천막을 떠나기 위해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비도 억수같이 온다. 조직위원회에서 일했던 수많은 추억이 스쳐지나 간다. 나에게 오송 박람회란 무엇인가. 지난 2월 5일 동양일보 기고를 통해 ‘그런 박람회였으면 좋겠다’라는 제목으로 신경희님의 시를 패러디에 해서 내가 원하는 박람회를 상상한 적이 있다. 처음 하는 박람회인지라 힘들지 않은 박람회가 어디 있을까?

나는 힘들어도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를 믿는다. 그러나 그 힘듦으로 인해 국내 화장품 뷰티 관련 업계의 수출의 길을 열어 주었으면 좋겠다. ‘한 방울의 땀과 열정이 보람으로 둔갑되는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라고 말이다.

관람객 수는 해외관람객 8만3000명을 포함 118만7000명이 다녀갔고 해외바이어 41개국 2100여명을 포함 7000여명이 방문했다.

이를 통한 산업관 거래실적만도 상담이 2만6515건에 6890억원이 넘으며, 실제 계약건도 844건에 631억원에 달한다. 이 실적 대부분이 해외 거래실적이니, 박람회에 참가한 중소기업들에게 수출의 길은 열어 준 것 같아 뿌듯하다.

오송 박람회는 화장품 뷰티 산업이라는 작은 눈 뭉치를 만들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 굴린 상태다. 지금은 작아서 속도도 나지 않고 나뭇가지 등 여러 장애물이 있어 천천히 내려오고 있지만, 충청북도, 대한민국, 관련 단체·학계·기업들이 조금씩 합심한다면 어마어마한 눈덩이가 돼 전 세상을 하얗게 덮을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믿으면서 내가 기억에 남는 책 한 권과 경험을 이야기 하고 싶다.

바로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다. 이 책은 2005년 처음 도청으로 전입해 교통과에서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 업무를 맡을 때, 당시 이원종 지사님께서 우리 팀원들에게 읽어 보라고 주셨던 책이다. 이 책은 미국이 쿠바를 둘러싸고 스페인과 전쟁을 벌일 때, 쿠바의 밀림속에 있는 반군의 지도자인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전하는 임무를 로완 중위가 완수하는 내용이다. 그는 묵묵히 그 편지를 받고, 가르시아 장군이 어디에 사는 지, 어떻게 해야 되는 지를 묻지도 않고, 그냥 적진으로 들어가 해결했다.

오송 조직위 홍보부에 지난해 7월 18일자로 온 나에게 주어진 중요 임무는 박람회 개막식 전국 생중계였다. 도내에서 열린 ‘2002 오송 바이오엑스포’나 ‘2010 제천 국제한방엑스포’도 전국 생중계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KBS 본사에서는 자치단체에서 하는 행사는 전국 생중계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여수국제엑스포나 핵정상안보회의 등 국가행사만 가능하다고만 했다.

편성기획부를 통한 프로그램 협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머리만 아파왔다.

그 때에 도청에 모 비서관님으로부터 후원명칭 사용 승인 제도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수많은 협의 끝에 도내 최초로 박람회 개막식이 전국 생중계 되었다.

한번은 지사님이 서울을 가시는 데 KBS 본사 사장님과의 면담을 추진하라는 갑작스런 지시가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비서실에 전화를 했고, 바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런 거구나! 혼자 지레 짐작으로 안 될 거라는 생각에 해 보지도 안은 채 포기한 게 없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고, 행복했다고 믿고 싶은 오송 박람회조직위를 떠나야 할 때가 왔다. 또 어떤 업무를 맡게 될까?

설렌다.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항상 기억해야지…또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많은 부족함이 있음에도 대한민국의 화장품 뷰티산업을 선점할 수 있도록 많은 홍보 기사를 써 주신 도내 언론사 기자들과 화장품 뷰티 전문 기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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