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1)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지난 6월 30일 KBS가 남북이산가족 찾기 방송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KBS는 남침에 의한 6·25 전쟁이 일어난 지 33년 되는 해인 1983년에 천만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생방송을 진행하였다. KBS가 6·25 때 헤어진 이산가족들을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산가족들은 방송국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부모와 자식, 형제, 남매, 자매간의 기적적인 만남에 본인들은 물론 시청하는 국민들이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이토록 간절한 혈륜지정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KBS는 3일 동안만 진행하려던 프로를 138일로 연장하여 방영하게 되었고 15,000여명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는 인류사랑에 대한 세계사에 없는 역사적인 일로 드디어 유네스코에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30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 몸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 가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 다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 메이게 불러 봅니다. 내일일까, 모레일까, 기다린 것이 눈물맺힌 30년 세월/ 고향 잃은 이 신세를 서러워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우리 남매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 다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목 메이게 불러 봅니다.

가수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노래이다. 하늘을 울리고 땅을 뒤 흔든 통곡이고 절규이다. 이렇게 울부짖었는데도 아직 상봉하지 못한 이산가족이 73,461명이나 된다. 이들 중 43%가 80세 이상의 초고령이란다. 동족끼리 총을 겨눈 6·25의 전쟁도 비통하기 그지없는 일인데 피보다 진한 천륜끼리 만날 수도 없고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니 이러한 비극이 또 어디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머지 이산가족들도 해가 더하게 되면 자연사하게 되고 이산가족이라는 말자체도 사라질 테니 이 안타까움을 어찌하란 말인가.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지면을 통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의 상봉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0개월 간 배앓이를 하여 낳은 자녀를 그 어머니와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데 그 누가 무슨 이유로 이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북측의 위정자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으며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이를 배척하고 있는 것이다. 천륜도, 인간적 도리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모처럼 분위기가 조성되어 이산가족의 만남이 성사되면 무슨 선심이나 쓰듯 고자세를 취하며 반대급부를 요구하였다. 이 무슨 해괴망측하고 파렴치한 행동인가.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가슴을 도려내는 이산의 아픔을 가지고 60년 이상을 기다려온 고령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념과 사상이 무엇이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분들이다. 오로지 부모와 자식, 형제와 남매 및 자매간이라는 혈연의 정에 목마를 뿐인 소박하고 선한 사람들이다. 손수 만든 음식을 놓고 맛있게 먹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삼는 어머니이고 아버지인 것이다. 밥상을 차려 주지는 못할지라도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어 하는 모정(母情}이고 부정(父情)인 것이다. 그런데 북은 이러한 소망마저도 외면하고 일체의 왕래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참극이다. 이러한 참극이 남북 간에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여생이 얼마일지를 모를 이산가족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그토록 소원하던 부자지간에 상봉을 하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게 할 수는 없다. 남측이 아무리 매달려도 북측이 마이동풍하고 있으니 국제연합(UN)이 나서기를 간청한다. 국제연합이 어떤 존재인가.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고 인류의 복지향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기구가 아닌가. 세계의 평화와 복지는 인권보장이 대 전제가 된다. 국제연합은 사명감을 가지고 전면에 나서서 남북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서신교환 및 자유로운 상봉이 이루어지게 하여야 한다. 강대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국정최고책임자들이 하나가 되어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는 부자지간 및 가족간의 ‘불상봉’이라는 반인륜적, 반인간적 비극을 해결하여야 한다. 국제연합 최우선의 임무로 삼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국제연합의 의무이고 국제연합의 정체성과 존재가치를 확보하는 길이다.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을 위해 국제연합이 적극 나서야 한다. 국제연합의 명운을 걸고 상시 상봉이 실현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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