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원 훼손 가능성·국정원 '유실 인지 의혹' 부각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존재 유무가 확정될 22일 이후 정국 대응방안을 놓고 민주당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대화록을 찾게되면 민주당은 대여관계에서 칼날이 아니라 칼자루를 쥐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답답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21일 대화록 '유실'에 대한 국정원의 사전 인지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으로 국가기록원의 대통령 지정기록물 부실 관리 문제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대화록을 찾지 못할 경우 예상되는 여권의 참여정부 삭제·폐기설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내 '친노(친노무현)진영'의 핵심인사인 홍영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봉하마을로 반출했다가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한 참여정부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 사본의 봉인이 뜯겨지고 무단 접속이 이뤄진 흔적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가기록원이 부실검색과 말바꾸기 등 정치적 중립성마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면서 "기밀자료의 봉인이 해제됐다면 악의적 훼손·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가기록원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로그·열람 기록, 보안감사일지, 출입 기록 및 외부파견기관 공무원 근무일지, CCTV 기록 등을 국가기록원에 요구한 상태이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정보위에서 국정원에 있는 대화록이 원본이며 국가기록원내 대화록의 존재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며 대화록 증발에 대한 사전 인지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참여정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 시스템 복구를 위한 열람기한 연장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라진 대화록 찾기에 주력하되, 이미 국회에 제출된 정상회담 전후 관련 기록에 대한 열람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사수 의지 유무를 확인하는 게 본질인 만큼 본말이 전도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필요하면 청문회나 특검 등을 통해 끝까지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원칙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끝내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으면 구체적 대응책을 놓고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출구찾기 과정에 자중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번 대화록 정국은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당내 친노세력이 주도해왔다. 반면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측은 국정원 국조와 '을(乙)살리기' 경제민주화에 주력을 하려 했다는 점에서 책임공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도부 일각에서는 열람 과정 등을 놓고 정보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불편해 하는 기색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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