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4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2013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박태환 이후'에 대한 고민이 큰 한국수영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한 대회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경영(18명)과 다이빙(6명),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3명) 등 세 종목에만 27명의 선수를 내보냈다.

다이빙에서는 김영남(인천체고)-우하람(내성중)이 남자 10m싱크로 플랫폼에서 결승에 진출해 386.22점으로 8위를 차지하고, 싱크로 3m 스프링보드 결승에서는 377.34점을 얻어 12개 조 중 10위에 오르는 등 의미 있는 성적도 나왔다.

하지만 세계대회의 메인 종목이라 할 수 있는 경영에서는 제자리에서 맴도는 한국수영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바르셀로나 대회에는 박태환(인천시청)을 비롯해 여자 접영 및 개인혼영 200m 한국 기록 보유자인 최혜라(전북체육회), 여자 평영의 강자 정다래(수원시청) 등 몇몇 주축 선수들이 훈련 부족과 부상 등의 이유로 참가하지 못했다.

특히 올림픽 및 세계대회 챔피언인 박태환이 내년도 아시안게임 준비에 전념하겠다면서 불참하면서 과연 한국 선수가 한 명이라도 결승 출발대 위에 설 수 있을지가 관심이었다.

한국은 결국 백수연(강원도청)과 양지원(소사고)만이 여자 평영 200m 준결승에 진출해 각각 10위와 14위를 차지했을 뿐 나머지 선수 모두 예선 통과조차 하지 못했다.

1973년 시작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8명이 겨루는 종목별 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라고는 박태환을 포함해 네 명뿐일 만큼 세계무대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했다.

하지만 더욱 아쉬운 것은 기록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기록이 여섯 차례나 새로 쓰였다. 하지만 한국 신기록은 양정두(인천시청)가 남자 자유형 50m 예선에서 22초48로 22위를 차지하면서 종전 기록을 0.04초 줄인 것이 유일하다.

2011년 상하이 대회 남자 평영 200m에서 결승에 오르고 한국 기록도 두 차례나 깼던 최규웅(부산중구청)은 이번 대회 평영 100m에서 자신이 가진 한국 기록(1분01초00)에 못 미치는 1분02초58로 77명 중 44위에 처졌다.

국내 대표선발전에서 최규웅을 제치고 남자 평영 200m 출전권을 딴 주장훈(오산시청)도 2분14초79로 예선 참가선수 43명 중 27위에 처지는 등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기대했던 선수들조차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같은 아시아 국가인 중국은 이번 대회 경영 종목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 프랑스(금4, 은1, 동4), 호주(금3, 은10) 등 전통의 강호들을 제치고 미국(금13, 은8, 동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쑨양은 자유형 400m, 800m와 1,500m에서 우승해 아시아선수로는 처음으로 3관왕에 올랐다.

일본도 금1, 은2, 동3개 등 6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수영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이제는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수영팬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광주광역시가 우여곡절 끝에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마당에 6년 뒤 열릴 광주 세계대회를 남의 잔치로 만들지 않으려면 '박태환 이후'에 대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이미 갖춰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팀 운영 방식에 대한 과감한 손질도 필요하고, 훈련 방식의 혁신을 위해 외국인 지도자의 영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수영인들은 강조한다.

여고생 양지원은 이번 대회 여자 평영 200m 준결승에 올라 2분27초67의 기록으로 14위를 차지했다.

그는 5월 초 대표선발전을 겸해 치른 동아대회 여자 평영 200m 결승에서는 한국기록(2분24초20)에 0.47초가 뒤진 2분24초67 만에 레이스를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양지원은 제 기록만 냈어도 충분히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국제대회 경험 부족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두 달 여 대표팀에서 훈련한 양지원의 기록이 시설도 좋고 뛰어난 경쟁자들이 많은 세계대회에서 3초나 후퇴했다는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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