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강동대학교 교수)

  세상은 참으로 희한하다. 지금 지리한 장마와 더불어 무더운 더위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한다. 그런데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했던가? 이렇게 힘들고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활발하게 움직이며 활동을 한다. 매우 무덥다면 조용히 쥐 죽은 듯이 있어야 덜 더울 텐데 더욱 난리법석이다. 온 국토가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너무 더위서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시원한 곳으로 움직인다. 이것이 말은 되지만, 움직이면 열나고 돈이 지출된다. 가만히 있으면 힘드니까 움직이고, 소비가 미덕인 시대이니 외식과 관광 산업을 활성하 시켜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함께 어울리며 마음속 스트레스를 확 날릴 수도 있다. 매우 더운대도 공항은 외국여행 손님으로 만원이고 병원은 아픈 사람으로 만원이고 도서관은 수많은 수험생으로 만원이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은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모든 것이 넘쳐날까? 이것은 바로 지식정보화사회(知識情報化社會)의 결과물이다. 쉽게 말해 다품종소량화 추세의 한 형태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도 많은 것이 풍요로운데 분명히 뭔가 많이 부족하고 허전하고 마음 한 구석이 시리다. 현시대를 일컬어 풍요속의 빈곤 이라 표현하는데, 이는 풍족 한듯 한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 시대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은 현시대의 상태를 나타태는 풍요속의 빈곤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풍요속의 빈곤(Poverty in the midst of plenty)을 주장하였다. 이는 유효수요의 부족으로 생산설비를 완전가동하지 못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실현가능한 국민생산을 달성하지 못할 때, 그로 인한 빈곤을 풍요 속의 빈곤이라 했다. 현실에 있어 GNP는 저축과 투자의 사전적 일치에 의해 결정되는 국민소득으로 실현가능한 잠재적인 완전고용 형태의 GNP는 아니다. 이러한 둘 사이의 차이를 GNP 갭이라 한다. 따라서 GNP 갭으로 인한 빈곤은 통상적인 의미의 빈곤과는 다르다. 통상적 빈곤은 부족한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숙명적 빈곤, 천재지변 재난, 계층별 소득분배의 불공평 등 정치경제적 의미에 의한 것이며, 풍요 속의 빈곤은 국민경제가 갖고 있는 이용 가능 한 자원과 생산설비를 충분히 가동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빈곤이다. 역사적으로 풍요속의 빈곤을 경험한 시기는 세계공황이다.
  1919년 케인즈는 세계 제1차 대전 말기 영국 대표로 베르사이유 평화회담에 참석하여 전쟁의 패자인 독일에 대한 지나친 배상금 요구는 독일의 경제 파탄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래에 대한 놀라운 예지력을 보여주였다. 그의 주장은 정확히 맞았고 전쟁배상금 마련에 한계를 느낀 독일은 아돌프 히틀러의 주도하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켰다. 그의 냉철한 분석력과 예지력은 1929년 과잉생산과 대량실업이 반복되는 대공황이 자본주의 경제에 다가오자 더욱 빛났다. 1936년 경제학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고용, 이자와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을 발표 대공황 원인을 수요부족이라 지적하며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정부도 돈을 풀어 수요를 창출하려 노력했고, 그 결과 대공황은 해결되고 케인즈의 주장은 현명했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풍요롭고 넘쳐난다. 세상 살기 힘들다, 물가가 너무 비싸다 라고 하면서도 소비가 미덕인 시대를 만끽하는 듯 하다. 음식도 상품도 비싸야 잘 팔린다고 한다. 적당히 먹고 즐겼으면 하는데 넘쳐도 너무 넘쳐난다. 그러니 자본주의 사회의 커다란 병폐인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가 심한 것이다. 당연히 살기 힘들고, 둘이 벌어도 경제가 어렵다. 정말로 풍요속의 빈곤이란 사실은 많은 것들이 넘쳐도 내 것이 아니고 무엇 하나 사려해도 너무 비싸고,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도 너무 많이 나온다. 매우가 아니라 정말 너무 너무 많이 부정적 의미로 넘쳐난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모든 상품과 서비스는 지나치다. 상품마다 주는 포인트도 넘쳐나고 종류도 너무 많다. 풍요속의 빈곤은 모든 사람이 느끼는 시대의 최대 선물이다. 현대인들이 지나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며, 많이 절약하고 저축하며 마음속 풍요를 지향하며 살아야 함을 시대적으로 통감(痛感)하며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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