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 발표
자사고 “일반고와 차별화 없다” 반발, 일반고도 시큰둥

정부가 일반고의 교육역량 강화 방안으로 서울 등 평준화 지역에서 중학교 내신 성적에 상관없이 자율형사립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자사고는 “일반고와 무엇으로 차별화하나”며 반발했고 일반고 역시 “다수 학생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교육과정에 자율권을 늘린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5학년도부터 서울 등 평준화 지역에서는 중학교 내신 성적에 상관없이 장류형사립고에 지원할 수 있다.

일반고에는 4년간 평균 5000만원씩 교육과정 개선 지원비가 지급되고 교육과정 운영 자율권이 확대된다.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시안)을 13일 발표했다.

2318개 고교 중 65.7%(1524개교)인 일반고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자율고와 특목고에 주던 특혜를 줄이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평준화지역의 자사고 39개교는 2015학년도부터 성적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사회통합전형(옛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은 폐지한다.

해당학교는 서울 자사고 24개교를 비롯해 부산 2개교, 대구 4개교, 광주 2개교, 대전 3개교, 울산 1개교, 경기 1개교, 전북 2개교다.

서울 자사고들은 중학교 내신성적 50% 이내인 학생에게만 지원자격을 줘 선지원 후추첨으로 뽑고 있지만 이런 지원자격 기준이 폐지된다.

비평준화지역의 하늘고, 용인외고, 북일고, 김천고, 은성고(가칭·2014년 개교) 등 5개 자사고는 종전대로 학생을 선발하고 사회통합전형도 유지한다.

하나고, 현대청운고, 민족사관고, 상산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등 옛 자립형사립고 6개교는 기존 학생선발권을 인정하되, 사회통합전형을 새로 도입한다.

교육부는 자사고의 운영성과를 평가해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일반고로 전환하게 할 방침이다.

전국 116개 자율형공립고(자공고)는 지정기간 5년이 지나면 일반고로 전환한다. 자공고에 일반고보다 우선선발권을 주던 것도 2015학년도부터 폐지된다.

일반고에는 내년부터 4년간 교육과정 개선 지원비로 학교당 5000만원씩 지원한다.

●자사고 반발, 일반고도 시큰둥
교육부의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에 자사고들은 “일반고와 무엇으로 차별화하나”,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며 자사고를 만들고, 정권이 바뀌니 반대로 돌아섰다”며 반발했다.

일반고도 “다수 학생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교육과정 자율권 늘린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자사고가 있는 한 우수 학생이 대거 일반고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시큰둥했다.

자사고교장협의회는 “자사고는 잘하는 학생을 뽑아 더욱 우수한 인재로 키워내는 수월성 교육에서 출발하는데 성적제한을 없애면 일반고와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입시에 고교 교육과정이 종속된 현 체제에서 지금보다 자율권을 확대한다고 해도 일선 학교가 특별히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자사고 등록금이 일반고의 세배에 달하는데 우수한 학생을 받을 수 없다면 지원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반고는 교육부의 대책으로 학교 분위기가 지금보다는 개선되겠지만 일반고를 살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반고 교장 A씨는 “자사고는 비싼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갈 수 없다”며 “결국 여유가 있는 학부모는 자녀를 계속 자사고로 보내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 학생 35명 중 10명가량은 수업 자체를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늘리는 것도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이런 학생들은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대안학교 등에서 가르치게 해야지 일반고에서 계속 끌고 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입장 엇갈려
교원단체는 입장이 엇갈렸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일반고가 각 학교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교육과정을 편성하도록 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교총은 “이번 대책은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하루아침에 개선되긴 어려운 만큼 당국이 지속적으로 점검·확인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자율권을 확대하면 가뜩이나 대학입시에 종속된 고교 교육이 더욱 국어·영어·수학 위주로 편중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전교조는 “학교는 학생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가르치기보다는 입시 위주의 과목을 가르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는 보편교육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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