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충돌 우려 야스쿠니행 저지…우익 수백명 위협적 언동

 

 

"일본 국민이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화를 막아달라. 한국민들도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데 힘을 합칠 것이다."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15일 오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에 항의하려던 민주당 이종걸·이상민·문병호 의원과 이용득 최고위원은 끝내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당초 이들은 야스쿠니 신사 입구에서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지려 했다.

그러나 입구 근처에서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의원들에게 접근하려 하자 일본 경찰들이 신변 안전을 이유로 의원들을 신사에서 더 먼 곳으로 데려갔다.

당시 이종걸 의원과 이용득 최고위원이 "평화를 원한다",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 회귀를 규탄한다"는 등 구호를 외치자 일본 경찰은 두 사람을 차에 태운 뒤 이들의 숙소인 뉴오타니 호텔로 보냈다.

결국 현장에 남은 이상민 의원과 문병호 의원은 오전 9시께 신사 주변 노상에서 한국과 일본 취재진 수십명에게 입장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태평양 전쟁에서 희생된 일본 국민에게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밝힌 뒤 "우리는 또다시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본 국민과 힘을 합쳐 평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려 한다"면서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어리석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에 대한 반성없는 일본의 정책들이 한일관계와 동북아 및 세계의 선린관계를 해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아베 정권은 보수 우경화를 중단하고 평화와 한일 우호를 위해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 당국자들과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재일민단) 관계자들은 이날 아침 의원들의 숙소로 찾아가 야스쿠니 행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의원들의 야스쿠니 방문이 혐한(嫌韓)성향을 보이는 일본 우익단체들을 자극함으로써 재일 한인들의 안전과 생계가 타격받을 수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재일민단측 입장도 이해하지만 아베 정권의 우경화로 인한 파국적인 상황을 계속 방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신사 주변에 진을 친 우익단체 회원 수백명은 곳곳에서 소란을 피웠다. 질서를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고, 일부는 한국 취재진에 "이리 와 보라"며 위협적인 언사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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