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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걷던 그길, 현대와 만나 오감을 만족시키다
세종대왕이 걷던 그길, 현대와 만나 오감을 만족시키다
  • 이도근
  • 승인 2013.09.05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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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나는 세종대왕 힐링로드 100리길

지친 몸과 정신을 위한 휴양 여행이 요즘 ‘대세’다. 사서 고생하더라도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트레일 여행이 최신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한 번 쯤 ‘나 이런 곳도 걸어 본 사람이야’ 어깨에 힘 줄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세종대왕 힐링로드 100리길’은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최적의 여행지.
충북 청주와 청원, 증평의 가장 ‘핫’한 여행지를 한 데 묶어 문화와 예술, 생태환경을 즐길 수 있는 길로 기획됐다. 오는 2015년까지 조성되는 100리길 힐링로드를 미리 만나보는 여행은 어떨까. 동양일보는 10차례에 걸쳐 세종대왕 힐링로드와 그 길 곳곳에 숨어있는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2년 먼저 만나는 ‘세종대왕 힐링로드’
힐링로드의 시작 청주상당산성. 성벽을 따라 오르내리며 걷는 4.3㎞ 구간. 남문 앞 잔디광장에서 서문 북문을 지나 종착점인 산성마을 저수지까지 느린걸음으로 1~2시간이면 충분하다.“세종대왕이 걷던 그길, 세종대왕 힐링로드를 아시나요.”
세종대왕은 청원 초정에 행궁을 짓고 117일간 머물며 위장병과 눈병을 치료했다. 조선시대 문예의 아이콘 세종대왕과, 치유를 접목한 ‘세종대왕 힐링로드’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역사와 시대의 흐름을 겪으며 길은 더욱 근사해졌다. 백제시대에 처음 쌓은 ‘상당산성’은 물론이고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인 초정약수, 백두대간 밀림숲속의 휴양림, 농촌의 한적한 마을 풍경까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장소들을 문화와 관광자원으로 승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청주시와 청원군, 증평군은 각 지역의 명소를 잇는 ‘세종대왕 힐링로드’를 만들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올 4월부터 2015년까지 조성이 계속되는데, 올해는 거점별 테마길을 조성하고, 스토리텔링 등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통과 문화, 힐링과 관광이 접목되는 장소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세종대왕 힐링로드는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기점으로 1코스 청주 상당산성권, 2코스 청원 초정약수권, 3코스 증평 남하·율리권으로 조성된다. 각 권역별로 청주는 ‘숲길과 역사’, 청원은 ‘물길과 예술’, 증평은 ‘들길과 생태’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갖는다.
이제 지역의 명승지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견인차이자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향기를 품은 숲길
힐링로드 2코스, 초정약수와 운보의 집 . 역사와 예술 힐링이 결합된 매력있는 코스다. 한국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 화백이 말년에 거주하던 ‘운보의 집’과 공예마을 등 문화공간을 돌아볼수 있다.‘미리 만나는 세종대왕 힐링로드’. 시작은 청주 상당산성부터다.
말 그대로 친환경 산책로이며 등산로인 이 길은 가족과 연인들이 한 바퀴 걷기 좋은 길이다. 상당산성 성벽을 따라 오르내리며 걸어야 하는 4.3㎞ 구간, 이어지는 600m 마을길과 3.1㎞ 도로, 고갯길을 다 합치면 8㎞ 거리. 하지만 도심과 가까운 코스인데다 코스별 소요시간도 1~2시간이면 충분하다. 만일 조금 부담스럽다면 코스를 나눠 걷는 길도 있으니 걱정은 접어두자.
청주 산당산성은 조선시대 산성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된 곳이다. 지금은 초가을의 높디높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해발 491m인 상당산의 능선을 따라 둘레 4.2㎞, 높이 4~5m의 성곽을 쌓아 그 위를 걷는 동안 내내 하늘이 손에 만져질 듯 가깝게 느껴지는 기분이 상쾌하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발 아래로 펼쳐지는 장쾌한 풍경도 누릴 수 있다.
이런 산당산성의 풍경을 노래한 이도 있다. 조선 초기 문인이자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다. 단종이 폐위되고 산천을 떠돌던 그가 상당산성에 들러 시 한수를 남긴 것. 그의 시비는 산성 입구에 세워져 있다.
상당산성 길의 또 다른 백미는 상봉재~것대산(봉수대)~선도산(미테재) 구간의 청주옛길. 올해 청주시가 이 구간을 다시 조성해 등산객과 걷기 여행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 길은 과거 청원군 미원·낭성면에서 소몰이꾼이나 장을 보러 청주를 오가던 사람들이 이용하던 길로 옛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인 길이다.
상당산성 걷기여행의 출발은 청주 상당산성 남문 앞 잔디광장이 좋다.
주말이면 초가을 푸른 잔디밭에서 가족·연인들이 평온한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잔디광장을 지나 남문 성문을 통과하면 숲의 오솔길이 보인다. 숲 그늘 좋은 오솔길과 전망 좋은 성벽 길은 그렇게 나란히 이어진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잔디광장과 숲의 풍경에 마음도 싱그럽다.
여기부터 남암문까지 500m 남짓한 구간은 계속 오르막이다. 남암문을 지나면서는 넓고 편한 길이 이어진다. 성벽 길과 숲속 오솔길을 오가며 걸어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서문을 지나 북문이 있던 자리에 도착하면 반 정도 온 셈이다. 이곳에 북문은 없지만, 작은 쉼터가 있어 잠시 쉬었다가기 좋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동문을 지나 상당산성 걷기의 종착점인 산성 마을 저수지에 도착하면 아담하고 잔잔한 저수지가 걷기 여행객을 반긴다. 느린 걸음으로 자연을 온전하게 느끼는 이 길에서 사람들은 다시 태어나는 감정을 느낀다.
저수지 둘레를 걸어본 뒤 마을도 한 바퀴 돌아보자. 곳곳에 숨어 있는 옛집과 골목길이 운치를 더한다.
산성 길 말고도 청주에서는 국립청주박물관과 세계기록문화유산 ‘직지’를 만날 수 있는 청주고인쇄박물관도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인근 청남대와 청원 문의 문화재단지도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예술의 매력을 지닌 물길
초정약수와 운보의 집을 잇는 힐링로드 2코스 길은 ‘역사와 예술, 힐링’이 절묘하게 결합된 길이다.
위장병과 눈병 등으로 고생하던 세종대왕이 초정에서 요양하며 한글 창제의 위업을 마무리 했다. 당시 초정행궁 시절은 용비어천가를 마무리하는 단계였을 뿐 아니라 농업, 과학, 음악, 천문학, 복지 등 당대 최고의 문예부흥이 일어났던 시기. 이 같은 역사적 업적의 뒤에 초정약수가 한 몫 한 셈이다.
‘초정(椒井)’은 ‘후추처럼 톡 쏘는 물이 나오는 우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초정약수는 병을 낫게 하는 약수로 알려져 있다.
청원군이 매년 열고 있는 ‘세종대왕행차와 초정약수 축제’에서 왕과 왕비의 초정약수 행차를 재현하고 있는 모습.미국 샤스터 광천수, 영국 나포리나스 광천수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히는 초정약수를 찾아보지 않고는 ‘웰빙 여행’을 했다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필수코스다.
세종대왕이 초정에 행궁을 짓고 요양했다고 해 더욱 유명해졌다. 1444년 봄에 요양해 효험을 본 세종대왕은 7월에 왕비와 함께 다시 와서 두 달간 요양하고 환궁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청원군은 매년 ‘세종대왕 행차와 초정약수 축제’를 열고 있다.
초정약수는 지하 100m에서 하루 8500ℓ 정도 솟아나는 무균 탄산수다. 노쇠한 세포를 자극하고, 인체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고 알려졌다. 고혈압, 위장병, 당뇨병, 안질, 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1921년부터 일본인이 초정약수를 상품화해서 외국에 수출했을 정도다.
초정약수의 효능을 보기 위해서는 초정원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약수사우나를 체험하면 된다. 사실 몸을 5분 이상 담그기 힘들 정도로 물이 차갑지만 사우나 후에는 달라진 피부를 실감할 수 있다.
초정약수로 몸을 ‘힐링’했다면 마음을 ‘힐링’할 차례. 초정 인근에는 한국 동양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 화백의 테마파크인 ‘운보의 집’과 공예마을, 정크아트 등 문화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운보 김기창.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 알고 있는 현대 화단의 대가이자, 장애를 이겨낸 인간승리의 모델이다.
운보는  ‘운보의 집’이라는 문화공간을 선사하고 떠났다. 운보의 바람에 부응하는 듯, 매년 수만명이 이곳을 찾는다. 10만㎡의 부지에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건물에는 아직도 운보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다.
운보는 부인인 우향 박래향을 떠나보낸 뒤 어머니의 고향인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에서 그 동안 사둔 땅을 다졌다. 1979년 혼자 기거하며 하나하나 돌을 쌓고, 길을 닦으며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1984년 ‘우향기념관’을 지었고, 1986년에는 운보공방을 만들어 청각장애인들에게 기술을 알려줬다. 홀로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현재 이곳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이 살던 ‘운보의 집’과 ‘운보 미술관’, ‘운보공방’, 분재원’, ‘갤러리’ 등이 마련돼 있다. 운보와 아내 우향의 합장묘도 이곳에 있다. 정성스럽게 가꾼 정원과 조각품들이 관람객들을 편안하게 맞아줘 평소에도 CF, 드라마, 웨딩사진 촬영지로 사랑받는 장소다.

●생태환경 살아 숨 쉬는 들길
초정약수 고개를 넘어 가면 끝자락에 증평 좌구산 휴양림이 있다. 도시에서 불과 30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갔더니 ‘밀림 숲’을 만나는 기이한 경험을 맛 볼 수 있는 장소다. 곳곳에 논과 밭, 산이 시원스레 펼쳐져 곳곳에 시골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증평은 생태 여행지로 이만한 곳이 없다.
증평 좌구산 자연휴양림은 한남금북정맥 최고봉 좌구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예부터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가 앉아있는 형상인 좌구산은 휴양을 목적으로 하는 휴양림과 매우초정약수를 넘어가면 좌구산 휴양림, 삼기저수지, 산림욕장을 만날 수 있다. 안개속에 잠긴 삼기저수지의 운치가 도시의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깨끗히 정화시켜주는 듯하다.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청량한 계곡의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보내는 숲 속에서의 하루는 자연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다.
그냥 하루 묵어가기만 해도 도시의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말끔히 씻어내고 진정한 힐링의 즐거움을 누리기 최적의 장소로 손꼽히는 좋은 곳이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삼기저수지는 안개 낀 날에 좌구산과 함께 운치를 더한다. 휴양림을 중심으로 휴양촌과 삼기저수지, 산림욕장, MTB코스, 등산로 등의 시설들이 연계된 율리웰빙타운이 있어 문화체험, 심신단련, 휴양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는 종합 휴양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논길과 들길, 시냇물이 연결된 증평 남하리에는 민속체험박물관이 자리잡아 생태환경과 전통문화 체험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증평민속체험박물관은 두레관, 문화체험관, 향토자료전시관, 생태연못, 야외무대와 광장, 주차장, 정자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두레관에는 장뜰두레농요와 토속민요 등을 강습할 수 있는 전수실을 비롯해 관리실, 수장고 등이 들어섰다. 문화체험관에는 학생 눈높이에 맞는 체험교육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체험장과 대장간 전시실, 수장고 등이 있다.
남하리는 조선 후기 시인이자 책벌레로 유명한 김득신의 삶이 녹아있는 장소. 햇살과 바람, 푸른 생명이 춤을 추는 환경에서 독서광 김득신의 옛 이야기에 한껏 빠져보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증평의 또 다른 맛을 느끼는 장소는 증평 장터. 비교적 조용한 마을은 장이 서는 1일과 6일 장 나들이 나선 사람들로 읍내에 활기가 넘친다. 수 십년 동안 망치질 소리 끊이지 않은 대장간이 남아있고, 모자람 없이 몇 번이고 채워주는 인심 좋은 국밥집도 만날 수 있다. 정겨움 넘치는 증평의 장뜰시장은 꼭 한 번 들러보자. 홍삼에 빠진 돼지, 증평표 ‘홍삼포크구이’를 즐기는 것은 덤이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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