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강동대학교 교수)

 세월은 흘러 어느 덪 구월이 지나고 10월이 되었다. 올 해도 이제는 석달 밖에 남지 안았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계절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다 보니 이제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옛날 시골 집에는 이 쯤이면 가을 수확 준비를 서서히 해야 할 시기이다. 들판의 농작물은 집으로 가져와 정리하고 수확하였으며 모든 것을 몸으로 해야만 하는 힘든 농사일 이었다. 그리고 농작물을 말리고 정리하기 위해선 마당이 필요했다. 말리는 중 비라도 내리면 헛간이나 뜨럭에 들여놓아야 했다. 잠간 지나가는 비라도 곡식이 썩으면 손실이 커 피해야 했다. 그런데, 방 혹은 마루와 마당사이의 처마밑을 뜨럭이라 했는데 잠깐 내리는 비는 주로 그곳에서 피했다. 잠깐 지나가는 비라도 마당에 말리던 곡식은 뜨럭에서 비를 피하고 다시 말려 수확을 하였다. 옛날 우리 시골에서 자주 접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처마니 마당이니 뜨럭이니가 무슨 소리인지 모른다. 사라져 가는 우리의 단어이기도 하다. 편한 세상 편한 것만 추구하다 보니 아파트 생활이 익숙하고 시골 생활은 힘들고 불편하여 젊은 세대들은 기피한다. 하지만, 기성세대 대부분은 시골 출신이 많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고향과 시골이 그립다. 그래서 요즘은 귀농이니 귀촌이니 하면서 시골생활을 지향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오늘은 옛고향의 향수에 젖어 우리 시골마을의 마당과 뜨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마당이란 무엇인가? 마당은 집의 앞이나 뒤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을 의미한다. 과거 마당이 넓은 집 혹은 마당 쓸기 또는 마당에 멍석 깔고 고추 말리기 등과 같은 말이 있고, 속담으로 마당이 환하면 비가오고 계집뒤가 반지르르하면 애가 든다는 말도 있다. 예전의 마당은 인공의 자연으로 조성된 현대 주택과는 달리 다양한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마련된 공간으로 집안에 잔치나 큰일이 있을 때 마당에 멍석을 깔고 차일을 쳐서 손님을 접대하였고, 추수철이 되면 마당에서 타작을 하고 곡식을 말렸다. 그렇다면 뜨럭은 무엇인가? 뜨럭은 집 안의 앞뒤나 좌우로 가까이 딸려 있는 빈터의 방언 혹은 집안에 있는 마당 혹은 섬돌 위의 평평한 곳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지역마다 가옥구조가 달라 명칭이 서로 얽히고 섥혀 경기지역에서는 뜰, 강원 경북 충북지역에서는 뜨럭 그리고 충남 전북에서는 뜰팡으로 이어지고 전남 동부에서는 뜰(뚤)방이 사용되었다. 이렇듯 언어란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뀌고 마당과 뜨럭은 현대 아파트 문화에서는 거실 혹은 베란다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지금은 시기적으로 가을이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것이 가을걷이로 가을 걷이는 예전에 시골에서는 커다란 행사였다. 예전 농촌은 수확을 위하여 모든 농작물을 한곳으로 모아야 했고 모아서 수확을 마무리하는 장소에 마당이 있었다. 마당은 넓고 깊어야 하며 넓고 깊은 집이 부잣집이다. 많은 양의 곡식을 널어야 하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도 마당이 넓은 집이 부잣집 같은 느낌을 받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기성세대들은 가을이면 시골 생각이 많이 난다. 힘들게 가을걷이하며 고생하던 시절과 고생한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찡하고 그립다. 예전에는 국민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서 생활하였고 어렵고 힘들게 생활하였다. 과거의 어려운 삶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현대인은 대부분이 편안한 아파트 생활을 추구하며 지식정보화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과거 힘든 시절을 회상하면 현 사회의 어려움은 충분히 극복 할 수 있다. 현 지식정보화 사회는 모든 일이 기계에 의하여 자동화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식정보화사회는 과거에 비해 일자리가 많이 줄었고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에 의하여 청년 일자리가 급격히 줄었다. 세상은 신구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부모세대의 고생과 힘든 시절이 자녀세대의 생활향상과 편리함을 창출하였지만, 서로가 이끌고 밀어 주면서 미래사회와 국가의 발전이 보장되는 선진국으로 발전해야 한다. 끝으로 변화무상한 세상이지만 마당이 넓고 깊은 뜨럭이 있는 시골 집에서 편안한 전원생활을 마음속으로 동경하며 온 나라가 편안하고 행복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