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 명예교수)

뉴스를 시청하기 위해 TV를 켜면 국가기록물 미 이전,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사정기관의 수장이었던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등 최근 정·행가에서 발생된 대 사건들의 보도가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대통령 기록물은 반드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어야 함(미 이관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 결과 2007년 10월에 이루어진 한국의 노 전 대통령과 북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로 가져갔다가 일부내용이 삭제된 채 반환되었고, 현직 국회의원이 비밀조직을 만들어 종북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도덕적으로 가장 모범적이고 준법의 최선두에 서야 할 사정기관의 수장인 검찰총장은 자신의 혼외아들 유무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정최고책임자가 노인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 것은 자기 소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계속 집무하라는 임명권자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는 것과 이러한 행위 등에 대하여 진행되고 있는 후속조치들의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법을 떠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들이기 때문이다. 국정최고책임자가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여야 할 국가기록물을 사저로 가져갔었으며 자신이 당사자인 대화내용의 일부를 삭제하였다는 것은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인데도 여야 간에 내편 네편으로 공방을 펴고 있고, 현직 국회의원이 비밀조직을 만들어 종북활동을 벌인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한국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국가적 행위인데도 소속당은 엄호하기에 바쁘며, 검찰총장은 법의 집행자로서 자신과 관련된 도덕성 문제에 대하여 정의의 차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비롯,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안에 대하여 겸허한 자세로 진위를 밝히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국민에 대한 도리인데도 법이 가지고 있는 허점을 이용, 그런 과정을 외면한 채 사인으로 돌아갔고, 보건복지부장관은 복지정책 산출의 사령탑이지만 제안자 및 집행자일 뿐 최종 결정권자는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라는 행정의 기초적인 체제에 반하는 항명적 행동을 했다.

이렇듯 정답과 정도가 훤히 보이는 사안들인데도 관련기관들은 이에 대하여 신속하고 명쾌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면서 국민들 간에 갈등을 조성하고 사회를 혼란케 하며 종국적으로는 사회가치체계의 붕괴와 국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정치지도자들의 억지발언이다. 건전한 사고를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쉽게 판별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하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비양심적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태들을 보면서 ‘도대체 한국의 나이는 몇 살로 보아야 하는가’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단기 4346년을 거론할 것도 없이 정부가 수립된 지도 65년이 지났다. 신체적 나이로 보면 성년의 나이를 3배 이상 넘은 연치이다. 그런데 행동은 아직 미성년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것에 대하여는 많은 국민들이 정치권 및 고위공직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이들이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수수방관한 국민들의 책임도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으로 한국의 나이는 몇 살로 보아야 하는가를 자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논어에서 말하는 ‘남의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순(耳順:60세)을 지나 ‘뜻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 불유구(不踰矩:70세)를 바라보고 있는 나이답게 성숙된 국가 및 국민상을 정립하여야 한다. 정치 및 행정권은 임기응변적인 기교 및 순간의 만족이나 당리당략적인 욕심을 버리고 대승적 차원에서 공의의 구현에 충실하여야 한다. 옳고 그름(是非)을 가려 옳은 것을 지지하고 행동에 옮기는 정의사회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비록 적대적인 관계라 하더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로 치부하는 언행은 철저히 배척되게 하여야 한다. 정부는 국가적 사회적 대 사건에 대하여 공권력의 범위 내에서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하는 능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나이에 맞는 국격(國格)을 구비하는데 진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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