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정만희의 ‘아! 캄보디아’



“비록 가난하지만 그들에게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나라. 환한 웃음과 물을 잔뜩 머금은 맑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가 자라는 곳. 아시아 최빈국, 기아의 땅 ‘캄보디아’가 사진작가의 마음과 그의 카메라에 함께 담겼다.

사진작가 정만희(55)씨의 사진전 ‘아! 캄보디아’가 오는 11월 1일까지 청주 수암골사진관-브룩스스튜디오(청주시 상당구 수동 84-27)에서 열린다.

주로 인물사진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던 정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7월 18일부터 28일까지 10박11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구석구석을 다니며 찍은 사진 수만여점 가운데 26점을 선보인다. 작품 52점은 사진집으로 엮어 촬영 기간 작가의 마음을 헤집고 들어온 캄보디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카메라를 메고 돌연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비움과 나눔’이라는 화두 때문이다. 올해 초 50일 단식을 진행했던 정 작가는 이 기간 진정한 비움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그 생각은 ‘기아’로 확장됐다.

전시장에는 그가 캄보디아를 둘러보고 느낀 감동과 안타까움, 감탄과 미안함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마음이 가득하다.

또 하나, ‘아! 캄보디아’로 엮은 그의 작품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카메라를 멘 이방인이 신기한 듯 눈에 물을 잔뜩 머금고 쳐다보는 꼬마의 눈망울, 굶주림에 지쳐 눈뜨기조차 힘겨운 아이의 지친 몸. 알몸으로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가는 소녀의 뒷모습, 어린 동생의 입에 밥 한술 넣어주는 소녀의 손 등 사진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캄보디아의 생생함이 전해진다.

그의 사진에는 ‘행복’이 묻어난다. 빈곤·식수·교육의 부재 등 사람이 살기 힘든 척박한 환경이지만 작가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느낀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고.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캄보디아를 누비는 동안 유년 시절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1960년대 가난했지만 부족함을 몰랐던 어린 저의 모습과 캄보디아 아이들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아로 허덕이는 그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의 이번 전시가 특별한 점은 이 모든 것들이 SNS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단식 시작한 날부터 단식을 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페이스북에 적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촬영을 떠나게 된 이유부터 그곳에서의 시간, 돌아와 느낀 점, 앞으로 자신의 계획 등도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덕분에 이번 전시의 도록을 제작할 수 있었고, 그 판매 수익금과 페이스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성금은 캄보디아 아이들을 돕는데 쓸 생각이다.

“페이스북을 보고 전시 시작한 날부터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매일매일 성금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와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저는 매일 아침 통장을 확인하고 보내주신 분과 금액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하는데 값지게 쓰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 작가는 청주고와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사진집으로 ‘상당인1·2’가 있으며 현재 수암골 사진학교 교장과 청주대 예술대학 외래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누두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문의=☏010-9258-4895, 043-258-4895.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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