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논설위원 · 청주대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역동적인 외교 행보를 펼치고 있다. 미국을 거쳐 중국과 베트남을, 그리고 소련에서 개최된 G20 국가 정상들의 모임에 참석한 뒤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에 나섰다. 미국과는 전통적인 혈맹관계의 공고화를, 중국과는 대북공조의 확인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와는 경제동반자 체제 구축 등을 협의하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다음 달 2일부터 8일까지는 영국·프랑스·벨기에·유럽연합(EU) 등 서유럽을 순방한단다. 이렇듯 분주하게 외교의 지경(地境)을 넓히고 있다. 그럼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세일즈외교(경제영토 확장)의 씨앗을 뿌렸고 특유의 안정감과 다양한 색상 및 디자인의 의상으로 친화력을 과시하면서 외교의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의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 플러스적인 효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국제무대는 더 없이 냉정한 세계이다. 국익 앞에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비정한 무대이다. 그렇기에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한국은 5천년이라는 뿌리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한 번도 타국을 침략하지 않은 평화애호 민족이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하에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전통을 지닌 국가라는 장점을 정신적 자산으로 하여 얼마든지 자신감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 향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가 국정철학으로 대내외에 천명한 ‘신뢰 프로세스’는 국제사회가 공히 준수하여야 할 행동규범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국제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인간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신뢰문화를 구축하는 일이다. 믿음과 의리를 뜻하는 신의(信義)는 정직, 정의, 정도 등을 구성요소로 한다. 국제간에 교류는 거짓이 없어야 하고(정직). 옳아야 하며(정의), 떳떳하여야(정도) 한다. 표리가 부동하거나 언행이 불일치하거나 대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같은 국제적 상식이나 규범에 맞지 않는 자국이익용 발언이나 행동도 절대금물이다. 인류공영의 틀 속에서 신뢰의 탑을 높게 구축하여야 한다.

이러한 대외적 신뢰구축은 국가의 기초체력을 증대시킴으로써 국격(國格)을 향상시킴은 물론 국가의 신용도를 높임으로써 교류의 폭을 넓히게 되고,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대시키게 된다. 더 나아가 지구촌 발전의 주역으로서 역할하게 하고 그에 따라 국가위상을 제고시키게 된다.

 한국은 민주정부 수립 시부터 미국과 혈맹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세계 제2의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튼튼한 국력을 자산으로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일본과의 사이에서 자국의 안위와 번영을 구가하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정학적인 여건과 미·중 및 중·일 세력 간의 갈등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독자적인 지평을 열어야 하는 힘겨운 국정을 펴야 한다. 그렇기에 한국은 이러한 국제관계를 유리한 환경으로 전환시키는 슬기와 외교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것의 하나로 제기된 것이 ‘미·중 사이의 균형추 외교’ 및 ‘동아시아 갈등 조정자 역할’이다.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신뢰가 담보되어야 한다. 경제라는 유형의 자산 외에 정직하고 정의로우며 정도를 걷는 무형의 자산을 겸비한 국가상을 정립하여야 한다. 근대화를 통해 이룩한 산업 및 경제 강국에 신의를 목숨처럼 아끼는 정신강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반만년 역사를 간직한 국가다운 위대한 정신과 의식의 소유국임을 과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만천하가 한국은 신의의 나라라고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바이 코리아(buy Korea)는 곧 바이 트러스트(buy trust)가 되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국정최고책임자만의 역할로 한정시켜서는 아니 된다, 국가의 모든 기관, 사회의 모든 조직과 단체 등을 비롯 국민 모두가 동참하여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모든 물질과 상품 및 국가 간의 약속은 신뢰의 산물로 공인되게 하여야 한다. 국격, 민격(民格,) 정·행격(政·行格). 상격(商格)의 보증품이어야 한다. 미래 천년의 초석이 될 수 있는 신의의 국가로서의 외교무대를 창조하여야 한다. 신뢰를 주춧돌로 하여 균형추,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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