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인간은 불안하다. 무릇 살아있는 생명체는 다 불안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불안한 것인가. 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하여 심리학자들은 피조물주인 인간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현대인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이어온 인류역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미래의 공포와 그에 대한 투쟁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역사라는 개념 자체가 모든 것이 불분명한 미래의 두려움을 과거의 사건들을 통해 해석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같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영원불변의 화두에 대한 원초적 불안은 항상 존재했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러한 불안을 극복하기위하여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것이며 이로 인하여 신앙이 생겨나게 되었다. 또 스스로의 내적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무궁한 시간 단위를 나누어 계산하기 시작했다. 1년을 12개월, 1개월을 30일, 하루는 24시간, 한 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나눌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까지 나누자, 건널 수 없는 절벽처럼 남아있던 시간의 흐름은 인간에게 더 이상 어찌 할 수없는 아득한 절망의 개념이 아니라 마치 조작이 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반복되는 시간은 두려운 대상에서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animal socials)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상호간 소통이 되지 않을 때 불안해한다. 밥을 먹어도 불안하고 잠을 자도 불안하다. 보이는 것은 온통 불안한 일 투성이다. 불안 증세는 타인에게 쉽게 전염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간단한 눈짓, 몸짓, 표정으로도 전염되며, 부정적 정서는 긍정적 정서에 비해 훨씬 빠르게 전파되는 성향을 보인다. 또한 경제적으로 경기가 어렵거나 사회가 혼란한 경우 불안 심리는 더욱 가파르게 확산된다.
 한번 싹트기 시작한 심리적 불안은 그려진 원호를 따라 달리는 동물처럼 무수히 자기복제를 하고 출발점과 종착점이 불분명한 미로를 쉼 없이 넘나든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탓에 극단적 사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강도가 더해지는 양상을 보이며 결국 자기혐오라는 함정에 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 부질없는 걱정이 떠나지 않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놀랜 획스마’(미시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오버씽킹’(over-think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오버씽킹’ 이란 부정적 자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 다른 사람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 이미 행하였거나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한 후회 등,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오버씽킹’한다. 내가 무엇을 해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만큼 해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현상을 벗어나거나 치유하기 위해선 무엇엔가 적극적 몰입이 필요하다. 깊은 명상이나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간은 목표나 목적한 일이 상실되면 불필요한 공상이나 잡념에 시달리고 그것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낳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인간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정보와 사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다변화된 지식정보 사회는 각종 문제를 파생시키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필연적으로 영과 육의 부조화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신을 치유하고 불안을 해소시킬 여러 가지 장치가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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