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나면 이종복(53·사진) 관장은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매일 오후 8시부터 밤 10시까지 퀸덤도서관에서 일하며 대출 기록들을 살피고 반납된 책들을 정리하는 것이 그의 임무. 낮에는 건축설계사로, 밤에는 작은도서관 관장으로 살아간 지 어느덧 3년째다.
처음에는 남는 시간에 책이나 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관장직을 맡았다. 그런데 하다 보니 판이 커졌다. 올해는 청주시 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까지 맡았다.
 
아파트 주민들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지?
기본적으로 규정은 퀸덤아파트 입주민만 이용하게 돼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아파트나 지역에서 온다고 막지는 않아요. 아이들도 다른 곳에 사는 친구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오픈하고 싶지만 대출과 반납이 셀프인 시스템이라 쉽지는 않아요.”
 
매일 같은 시간에 나와 봉사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
보통 직장인이 집에 가면 저녁 먹고 TV 보다 잠드는 것이 일상이잖아요. 그에 비하면 저는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쓰는 셈이죠. 주말이나 연휴에도 나와 있는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데 꽤 도움이 됩니다. 올해는 협의회 회장을 맡아서 회의나 행사에 참석할 일이 많이 생기니 가끔 벅차기도 하네요. 1년 임기인데 연임은 안 하렵니다.”
 
작은도서관 협의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월 월례회를 열고 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을 의논합니다. 우리가 도서관 전문가들은 아니니까요. 만나면 정보를 교환하고 어느 프로그램 강사가 좋다면 서로 소개해주기도 하지요. 연합으로 강좌를 열거나 순회 도서 전시를 하기도 해요. 올해는 인권과 평화를 주제로 도서 전시를 했고, 파주의 출판단지와 작은도서관을 방문하는 선진지 탐방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간혹 청주시의회 도사모(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 모임)’ 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조례 개정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합니다.”
 
작은도서관의 역할은?
도서관은 사람들의 접근이 쉬워야 하는데 시립도서관이 모두에게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니죠. 그러므로 큰 도서관의 역할을 작은도서관이 일정 부분 대신 해주는 것입니다. 빌게이츠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고 한 말은 유명하지요. 또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나이와 계층 구분 없이 모두 모여 책을 보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작은도서관 활성화 방안은?
개인적으로는 활동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책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입니다. 도서관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지 책이 만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많은 시간 동안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쳐 자생적인 조직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인 것 같습니다. 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 보다는 주민과 밀착돼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지원보다는 자생력이 먼저 생겨야 하고 그 이후에 지원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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