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청주 사람들은 배추김치보다 무를 사용한 무김치와 깍두기 및 무짠지를 주로 먹었으며 각종 김치에 고추를 두루 사용하기도 했다. 오늘날과 달리 배추로 만든 것은 김치가 아닌 짠지로 만든 배추짠지가 유일했다. 또한 각종 김치에 고춧가루와 풋고추는 물론 고춧잎까지 사용했다.
김의환 충북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27일 오후 2시 충북대 개신문화관에서 열린 ‘반찬등속 발간 100주년 학술대회’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청주의 음식조리서인 반찬등속 발간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행사에서 김 교수는 ‘반찬등속의 역사·문화 연구와 앞으로 연구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전근대 사회에서 여성이 책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 시와 글씨와 그림에 능했던 신사임당이나 임윤지당 및 강정일당도 여러 시문을 남기겼지만 스스로 자신이 책을 만드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정부인 장씨 장계향이 1670년 경에 한글로 ‘음식디미방’을 써서 146가지 음식 조리법을 소개했으며 ‘반찬등속’은 이보다 250여 년 후에 한글로 쓰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반찬등속에는 모두 44가지의 음식 조리법이 등장한다. 김치에는 무김치, 깍두기(깍독이) 등 7가지가 있고 간장과 소금물에 채소를 절인 짠지는 10가지이며 밑반찬은 참죽나무순과 토란줄기 등 7가지이다. 과자는 수증과, 산자 등 6가지가 있고 떡에는 증편, 백편 등 7가지가 있으며 술에는 연잎술, 약주 등 3가지가 있고 음료에는 수정과와 식혜 2가지가 있다.
‘음식디미방’에는 고추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지만 ‘반찬등속’에는 고추가 두루 사용되었다. 배추짠지에는 실고추 형태로 사용했고 깍두기(갓데기)에는 고추룰 부수어 사용했으며 육회에는 고추장이 쓰였다.
김 교수는 ‘반찬등속’의 저자로 추정되는 밀양 손씨 이외에 다른 인물의 존재와 가문의 역사는 물론 저자의 생애를 밝히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반찬등속은 19세기 후반에 청주 상신리에 살던 강귀흠의 부인인 밀양 손씨가 자신의 요리법을 집안과 며느리들에게 전하기 위해 한글로 작성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이 책의 저자로 추정할 수 있는 다른 인물들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12세 강춘화의 동생인 강신화의 후손 가운데 벼슬한 인물이 많으며 병자호란 때 공을 세운 강득룡의 아들과 손자 및 증손자들도 벼슬과 추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외에도 김영 농촌진흥청 연구관의 ‘종가의 내림음식과 미래 발전 방향’, 김종희 문화유씨 종부의 ‘충북의 종가음식 상품화 사례’, 조희숙 김앤장법률사무소 음식문화팀장의 ‘반찬등속 음식의 현대화 및 실용화 방안’ 주제 발표가 있었다. 또한 2014년 2월 28일까지 충북대 박물관에서는 ‘반찬등속 발간 10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반찬등속’은 청주의 음식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한글로 기록한 음식 조리서로 청주지역의 방언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어 민속학 뿐 아니라 국어 방언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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