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 만에 국내에서 다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철새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AI 최초 발병지인 전북 고창 씨오리 농장 인근 저수지에서 폐사한 가창 오리떼에서도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고병원성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철새가 감염원일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10㎞ 가량 떨어진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동시에 AI가 발생한 것도 철새 감염원설에 무게를 더한다.
철새가 감염원인 경우 철새의 이동경로를 따라 AI가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방역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AI 발생지역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 왔다. 사상 최초로 전남북?도와 광주시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인 '스탠드스틸(standstill)'을 발동한 것도 포위 작전의 일환이다.
그러나 철새가 감염원이면 사정이 달라진다. 철새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분비물을 떨어뜨려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기 때문에 철새 비행경로의 모든 지역을 감염 위험지역으로 설정해 방역에 나서야 한다.
서해안 철새 이동 경로는 물론 전국의 주요 철새 도래지 37곳과 그 주변을 예찰하고 인근 농가에도 소독을 강화해야 한다.
가축방역협의회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전국적인 방역망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고병원성 AI는 전파 속도가 빨라 초동 대처에 실패하면 막대한 정신적ㆍ금전적 피해를 낳는다.
국내에서는 2003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4번의 AI가 발생해 약 2475만마리 닭과 오리를 살처분한 바 있다.
애써 키운 닭과 오리를 죽여 땅에 묻은 축산 농민의 정신적 피해를 제외하고 살처분에 따르는 직접적인 재산피해만 6000여억 원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기피심리로 닭과 오리의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전국에 5만여 개가 넘는 치킨집, 오리집까지도 2차 피해를 봐야 했다.
또다시 이런 피해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당국의 빠른 판단과 선제적인 조치가 필수적이다.
민족 대이동이 예정된 설 연휴 이전에 AI가 진정될 수 있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공격적이며 전격적인 방역대책을 펼쳐야 한다.'
국민 협조도 필수적이다. AI 확산은 철새, 철새 배설물, 가축, 차량, 사람의 의복 등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방역당국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축산 관계자는 소독, 장화 갈아신기, 이동중지 명령 등을 철저히 이행해야 하고, 일반 국민도 가금사육농장 방문을 삼가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AI가 진정될 때까지는 철새 도래지 여행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AI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무조건 닭과 오리 소비를 하지 않아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국은 2003년 이후 다섯 번째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것을 고려해 면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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