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김모(32·청원)씨는 최근 화장품 방문 판매를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서 두 살 된 아이를 오후 늦게까지 돌봐주는 어린이집을 찾지 못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 선택한 길이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일을 하기 위해 보육교사·네일아트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사례 2 결혼 전 학원 강사로 일했던 이모(34·청주)씨는 첫 아이를 낳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가 돌이 지나면 직장생활을 하려 했지만 학원에 다시 나가려니 늦은 업무 시간과 주말 근무가 마음에 걸렸다. 결국 이씨는 남편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충북에 있는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여성발전센터(소장 유영경)는 최근 충북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지원 사업의 효율성 제고방안 연구 : 새일센터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와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충북에 거주하는 경력단절여성 385명을 대상으로 구직 활동 시 겪는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근로 환경·근로 시간이 안 맞아서15.7%로 가장 높았으며 가사 및 자녀 양육이 부담돼서13.7%, ‘나이 때문에11.1%, ‘일한 경험이 부족해서10.9% 순으로 나타났다. ‘근로 환경·근로 시간이 안맞아서가사 및 자녀양육이 부담돼서는 결국 같은 맥락으로, 일과 가정 병행의 어려움으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전체의 29.4%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육아 등 가정에서의 돌봄 역할들이 마무리돼 노동시장에 재진입을 시작하는 연령대인 40대부터는 나이와 직업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해 재취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과 가정 병행의 어려움으로 경력단절여성은 전일제 보다는 시간제 근무를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력단절여성의 36.4%가 시간제를 희망해 전일제(33.5%)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시간제를 희망하는 여성의 비율은 30대에서 42.7%로 특히 높았다. 시간제 근무 희망의 이유는 가사나 육아, 자녀 교육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어린 나이의 자녀를 둔 30대의 50.9%가 시간제 근무 희망의 이유로 가사와 육아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20대와 40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제 근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으로 경력단절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임금과 근로 시간에서 고용주와 구직자 간의 눈높이 차이가 발생해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하는 곳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계약 시 제시한 시간보다 장시간이거나 임금 체계가 불안정한 등 노동 조건이 열악해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개선을 위해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이 전일제 근로자를 채용할 때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근로자가 시간선택제로 전환했다가 전일제로 복귀하려고 할 때 기업이 이를 보장할 수 있도록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산·육아로 전일제 근무가 힘든 여성이 근로시간 단축권을 이용해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이후 다시 전일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21일 올해부터 상용형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새로 도입한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고용보험 및 국민연금 보험료 사업자 부담분을 2년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백경미 센터 연구원은 “30대부터는 가사나 양육으로 인한 역할 부담들이 직업의 안정성이나 임금 수준 보다는 다른 일과의 양립이 가능한 시간제를 선호하게 만드는 여건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충북 여성일자리 정책의 핵심 과제인 고학력 여성 취업률 제고를 위해 새일센터에서 5~10년 정도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 주력해야 한다그러나 이들의 경우 육아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취업상담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취업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또 구직자와 구인자의 기대가 달라 교육생들의 장기 직업훈련이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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