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명예퇴직를 신청한 교원 절반가량이 명퇴를 못한다고 한다. 2월 말 현재 5164명의 교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명예퇴직 신청을 했으나 이 가운데 54.6%인 2818명만이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지난해에는 신청자의 90.3%가 명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은 시·도교육청의 명퇴 수당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명퇴 신청자는 지난해보다 962명(22.9%)이 늘어났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일선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낼 때 명퇴 수당으로 7258억 원을 배정했으나 시·도교육청이 이를 대폭 줄여 교육부의 기준재정수요액의 32.3%에 해당하는 2346억원만 반영했다. 명퇴자 감소는 대규모 신규교사 미발령 사태로 이어졌다. 올해 서울지역 초등 임용고시 합격자 990명 중 발령을 받은 사람은 3.5%인 38명에 불과하다. 2012년 신규 발령 비율 32.2%, 2013년 45.6%와 비교하면 놀라운 숫자다. 지난해 미발령 자까지 합치면 1087명이 임용을 기다리고 있다. 퇴직자나 휴직자가 생겨야 신규교사 자리가 나는데, 교사직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계속 있어야 하고, 가르치고 싶은 사람은 교단에 서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명예퇴직은 20년 이상 근속한 교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교단을 떠나려 했다가 억지로 붙잡힌 교원이 의욕이 있을 리 없다. 교육의 질에 문제가 생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명퇴 신청이 급증한 원인은 여러 가지로 찾을 수 있다. 개인적인 이유가 크겠지만, 본격적으로 베이비붐세대가 명퇴 연령대에 들어선데다 연금을 덜 받는 방향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추진 중인 것이 명퇴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좌절감이나 업무 부담도 명퇴 신청이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된다. 명퇴를 하려 해도 경쟁률이 치열해지는 '명퇴 대란'과 더불어 '임용 대란'도 심각한 문제다. 수십 대 일의 임용고시를 뚫고 합격한 젊은 예비교사들이 가르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교육계 전체에 있어서나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니다. 심한 경우 강원도는 신규 교원인사에서 초등교사 발령을 한 명도 내지 못했고, 대구광역시는 지난해 대기자 57명만 발령을 받고 올해 합격자는 전원 대기 중이다. 가르치겠다는 의욕을 꺾는 일도 안타깝고, 월급도 못 받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니 개인적인 사정도 어려울 것이다. 교단의 노령화와 침체가 문제가 되는 만큼 젊고 열정적인 교사들의 신규 진입은 허용돼야 한다.
이 모든 일은 결국 교육 당국이 예산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정부가 명퇴수당 교부금을 기준에 따라 내려 보낸 만큼 시·도교육청이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이번 '대란'은 올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교육복지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고,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예산 부족 탓만 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수급을 제대로 예측하고 명퇴 관련 예산은 따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교원임용을 명예퇴직과 연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선진국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고, 이를 위해 학교나 교실을 늘리고 교사도 충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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