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경찰서 수사과 순경 황규남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해의 풍성한 수확과 복을 기원하기 위해 맑은 곡주를 빚어 조상께 바치고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도 술은 친우들 간의 친화를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 술에 대한 생각을 그의 시를 통해 예찬한 바 있다.
이렇듯 음주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다른 사람과 즐겁게 어울리고 인간관계를 관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음주로 인해 형법범의 25%, 공무집행방해사범의 65%가 주취상태에서 벌어지는 만큼 그 폐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이들은 선량한 시민에게 묻지마 폭력을 행사하며 경찰관은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일반인에 비해 몇 배나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취자 한명을 처리하는 데는 보통 두세시간이 필요하며 그 시간만큼 치안공백이 생겨나 치안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에 제공할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가에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주취사범에 대한 우리사회의 처분은 너무나 관대했다. 주폭 대부분이 훈방되거나 혹은 형사입건 되더라도 불기소처분 또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 경찰은 2010년도에 처음으로 주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수사전담반을 설치하여 단속 하였다. 그 결과 183명의 주폭피의자를 검거했고 그중 174명을 구속했으며 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공무집행사범도 50%이상 감소했고, 주폭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률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어느정도 주폭이 잊혀질만하니 다시 서서히 이들이 그 고개를 들고 있다. 얼마 전에도 청주에서는 29차례에 걸쳐 취중폭력을 행사한 피의자와 자신을 신고한 신고자에게 보복하기 위해 다시 찾아가 폭력을 행사한 피의자를 구속하였고 음성에서도 둔기로 행인을 때린 외국인 피의자를 구속하였다. 잘못된 음주습관과 상습적인 주폭들의 재범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올해 우리 충북경찰에서도 ‘안전한 충북 행복한 도민’을 슬로건으로 다시 한 번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형법 제14조에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규정이 있다. 원인 행위 시 결과를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으로 처벌한다. 이렇듯 주취폭력은 실수가 아닌 고의인 만큼 주폭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엄정하게 단속하고 수사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문제와 마찬가지로 주폭 근절은 경찰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범방지를 위한 치료 병행과 홍보 등 유관기관의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과 우리사회에 만연한 술에 대한 관대한 특성을 버리고 주취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술주정이 아닌 사회문제 나아가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우리사회에서 그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근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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