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어 8년만의 방독…'통일대박론' 점화 주목

박근혜 대통령의 오는 2528일 독일 방문은 박 대통령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차관을 빌리기 위해 찾았던 독일을 딸인 자신이 반세기 만에 대통령이 돼 방문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6412월 하인리히 뤼브케 당시 서독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동·서독으로 나뉘어 있던 독일 국빈 방문길에 올랐다.

서독 정부가 제공한 민간항공기를 타고 홍콩, 뉴델리, 로마 등 6군데를 경유한 끝에 28시간 만에 도착한 독일에서 박 전 대통령은 차관 15000만 마르크를 빌려와 환국 근대화와 경제개발의 종자돈으로 활용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방독 기간 독일 북서부 루르 지방 함보른 탄광을 방문, 파독 광부들 앞에서 했던 '눈물의 연설'은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맞춰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3개월 만인 20069월 독일을 찾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재독동포를 만난 자리에서 "40여년 전 아버지와 교민이 만난 때를 안다""40여년 전 여러분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 아버지,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평생 잊지 않고 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도 마지막 날인 28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동포를 접견한다.

한국의 1인당 GDP80달러에 불과했던 시절 박 전 대통령이 독일을 찾아 '라인강의 기적'을 체험한 뒤 경제개발에 공을 들여 '한강의 기적'의 기틀을 잡았다면 이번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경제보다는 '통일'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들어 '통일대박론'을 최대 국정 화두로 제시한 만큼 25년 전 통일을 이루면서 유럽 경제의 중심 국가이자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독일을 현장에서 관찰한 뒤 우리나라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서 통일을 준비하는데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도 "금번 독일 방문은 통일과 통합을 이뤄낸 독일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통일분야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우리의 통일에 대비해 나가고자 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독일에서 대부분의 일정은 통일 이슈에 맞춰 짜여져 있다.

박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가 '통일협력'이며, 이후 독일 통일 주역 6명 연쇄 접견,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 시찰, 통독 후 발전한 대표적인 옛 동독 도시 드레스덴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설을 할 예정인데 통일대박론을 점화시킬 새롭고도 구체적인 박근혜표 통일 구상을 발표할지 주목된다.

내용의 구체성이나 실현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박 대통령의 연설은 '드레스덴 선언', '통일 독트린' 등으로 불리며 한반도 통일 논의를 국제적인 이슈로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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