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애 (충북대 교수)

  미세먼지 탓에 뿌연 하늘이 아쉽긴 하지만 동백, 개나리, 진달래, 목련들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뜨려 교정은 봄꽃의 향연이 한창이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산수유 꽃이 지기도 전에 벚꽃도 활짝 피어 고목의 고고한 자태가 더욱 돋보인다. 순차적으로 피어나던 여러 종류의 봄꽃을 이렇듯 동시에 감상하는 것은 흔치 않던 일이다. 인간의 기술과 생활의 발달은 자연에게도 원치 않는 변화를 강요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운전 중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소리가 반복되었다. 주차를 하고 연구실에 올라올 때까지 모르는 체 넘겨버렸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몇 건의 소식을 전해왔다. 90 여년 만에 서울에서 보는 3월의 벚꽃이라며 주말 산책길에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전송한 것이다. 또 다른 첨부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한잔을 배달하면서 4월의 시작을 행복하게 열어가라는 글을 남겼다. 부럽다, 아름답다며 재빨리 답 글을 단 친구도 여럿이었다. 스마트폰의 매력에 푹 빠진 발신자의 일상과 따스한 마음을 읽으며, 다른 친구의 근황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필요성을 부정하며 휴대폰을 가장 늦게 장만한 그녀는 얼마 전까지도 스스로 문자를 보내지 못해 친구 모임안내 문자를 자녀가 대신해 주었었다. 주변의 강요에 못 이겨 스마트폰을 장만하기는 했지만 복잡한 사용방법을 몰라 고민하던 중, 주민센터의 스마트폰과 친구하기 강좌를 들으면서부터 스마트폰의 마력에 빠져들게 되었단다. 그곳에서 배운 기능을 하나하나 실습해가며 젊고 세련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친구들을 놀라게 했다. 스마트폰 문맹에서 탈출해 은행업무와 쇼핑은 물론 가사에 필요한 가전기기를 외출 중에도 조절할 수 있도록 그녀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지갑 속에 두툼하게 넣고 다니던 여러 개의 카드도 스마트폰으로 옮겼단다.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실시간 올라오는 따끈따끈한 뉴스를 접하고, 궁금 사항은 즉석에서 검색해 무엇보다 혼자도 심심할 틈이 없다며 그녀는 금세 스마트폰 예찬론자가 되었다.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앉았거나 섰거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다. 독서를 하거나 묵상에 잠겨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열심히 손으로 문자를 쓰는 사람도 많다. 게임에 빠져 내려야할 정류장을 미리 챙기지 못해 허둥대기도 한다. 식사를 하는 시간도, 잠을 자야하는 시간도, 심지어 수업시간 까지 수시로 스마트폰의 수신에 응대하는 것이 의무가 되어가는 것 같 다. 스마트폰이 있지만 나는 자주 확인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특히 야간이나 주말에는 전화나 문자 수신에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지내다가 왜 연락이 없느냐며 성급한 책망을 받을 때도 가끔 있다. 내 보기엔 그리 급한 일도 아닌데, 신속한 반응이 보편화된 요즘에 수 시간 걸리는 느린 응답은 즉각 반응을 기대하는 상대방을 짜증나게 만드는 모양이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이제는 들고 다니는 컴퓨터에서 입는 컴퓨터(smart wear)산업으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옷처럼 몸에 걸치는  초소형 컴퓨터는 두 손을 자유롭게 하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아직은 안경이나 시계의 형태로 몸에 부착하는 상품이 출시되었지만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웨어가 상품화 되면 우리의 생활은 혁신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입는 컴퓨터는 이제껏 시청각적 통신을 주로 하던 스마트폰이 할 수 없었던 촉각적 정보전달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원거리의 연인끼리 서로 포옹할 때의 체온과 압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된 허그셔츠(hug shirts)를 활용하면 엄마와 떨어져 있더라도 아이는 평소에 느꼈던 엄마의 따뜻한 품속을 체험하며 편안하게 위로받을 수 있는 때도 멀지 않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률에서 우리나라는 단연 세계 으뜸이라고 한다. 생활의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사회적 부작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개인의 사적 정보를 보호받을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때문에 나날이 진화하는 사이버 범죄에 우리 모두 불안을 떨칠 수 없다. 스마트폰 중독현상으로 우울과 불안성향을 나타내는 청소년도 심각한 시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울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스마트폰을 통한 소통에 집착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기도 한다. 기계나 가상현실에서 벗어나 직접 사람과의 훈훈한 만남을 통해 즐겁고 행복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기계는 사람을 대신할 도구에 불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는 생각에 앞서 인간이 주체가 되어 유익하게 활용하는 통제력을 길러야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