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에 직접 작사·작곡한 ‘대자보’ 발표한 조영남

“콘서트를 함께 준비하는 친구들이 신곡이 없으니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해서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작곡하는데 아휴~ 내가 베토벤, 모차르트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어요. 너무 힘들어서 정말 억지로 만들었죠.(웃음)”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에서는 가수 조영남(69)의 신곡 발표회를 겸한 칠순 잔치가 열렸다.
1969년 ‘딜라일라’로 데뷔한 조영남은 히트곡 ‘화개장터’, ‘불 꺼진 창’을 비롯해 40여년 간 수많은 노래를 들려주며 가요계를 빛냈다. 이후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오늘날 화가, 작가, 방송인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진 ‘만능 예술인’으로 불린다.
조영남은 전날 정오 새 싱글음반 ‘조영남 십 년 만의 새 노래- 대자보 & 쭉~서울’을 발표했다. 두 곡 모두 직접 작사·작곡했다. 자신이 직접 작곡한 신곡을 발표하는 것은 ‘화개장터’ 이후 26년 만이다.
‘대자보’에서 그는 ‘형편은 좀 나아지셨나요’라는 가사로 청춘을 위로하고, ‘쭉~서울’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향민의 아픔을 다독인다. 포크 느낌의 간결한 연주에 그의 풍성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애틋한 느낌을 준다.
조영남은 특히 ‘대자보’에 대해 “젊은이들이 대학가에 붙인 대자보를 읽고 감동받아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널리 부르기 쉽도록 노래들을 트로트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날 정장에 선글라스, 나비 넥타이로 멋을 낸 조영남은 팝페라 그룹 등과 함께 신곡 무대를 선보였다. 칠순 축하 자리를 겸해서인지 그 특유의 여유로운 무대 매너에 관객들도 빠진 분위기였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세 번째 신곡 ‘통일 바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가사에 통일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담은 행진곡풍의 노래다. 
조영남은 이 곡에 대해 “정동영(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친구가 통일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만들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문화, 정치, 학술계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가 자리해 데뷔 이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여러 방면에서 대중과 호흡해온 그의 삶의 깊이과 넓이를 보여줬다.
방송인 김동건·최유라, 가수 송창식·김세환·이장희·윤형주·남궁옥분, 정동영,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소설가 김홍신 등 각계 유명인사 80여명이 일찍부터 자리해 그와 술잔을 기울이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장희는 “중2 때 처음 만나 수십 년간 형과 함께해왔다. 내 곁에 있어서 정말 자랑스러운 형이다”라고 축하했다.
마이크를 들고 자유롭게 농담을 섞어가며 좌중을 압도하던 그가 최인호, 이윤기 작가, 이두식 화가, 장영희 교수 등 세상을 먼저 떠난 지인들의 이름을 하나씩 언급할 때는 잠시 진지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 큰일 났다. 다음 차례는 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매일 술 먹는 전유성, 김민기, 이장희가 있더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마지막으로 칠순을 맞이한 소회를 묻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더니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답한다.
“정말 창피해요. 겸손이 아니라 정말 총체적으로 창피합니다.(웃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도면 그래도 잘 살아왔지’ 생각되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생각이 항상 겹칩니다.”
신곡을 발표한 데 이어 조영남은 5월 8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을 시작으로 1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을 돌며 ‘조영남 & 프렌즈-아버지의 노래’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5월9일에는 서울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어버이날 기념 디너쇼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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