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청원 쌍샘자연교회 사랑방 카페·생태자연도서관


청원군 낭성면 호정리 작은 시골 마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북카페가 있다. 이곳에는 연잎차, 생강꽃차, 개똥쑥차, 감잎차 등 이름도 친근한 차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찻잔을 씻는 것도 방문자의 몫. 찻값은 마음이 머문 만큼만 내고 가면 된다. 주인이 없는 곳. 그래서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는 곳. 쌍샘자연교회(☏043-225-8004) ‘사랑방 카페’ 얘기다.

이곳은 지난 2002년 청주시 모충동 쌍샘교회가 청원군으로 자리를 옮겨 오며 처음 문을 열었다. 생태자연도서관을 만들고자 하는 백영기(54·사진왼쪽) 목사의 꿈이 시작된 공간으로 생태·자연 관련 도서와 어린이 도서 4000여권이 있다.

백 목사는 “모충동 판자촌에서 사역을 했었는데 재개발이 되며 선교의 방향을 잃게 됐다”며 “생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교회가 되고자 이곳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1993년부터 작은도서관을 운영해왔는데 시골에 오니 인구가 많지 않아 일반적인 형태의 도서관은 필요 없는 듯 보였다”며 “우리에게 맞는 전문성을 갖춘 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사랑방인문학당’이 열린다. 그동안 도종환·고진하 시인, 유창복 서울 성미산 마을극장 대표 등이 마을을 찾아 인문학 강의를 했다. 올해는 잡지를 중심으로 인문학 공부를 할 예정. 잡지 안에서 그 달의 주제에 맞는 대목을 찾아 소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갖는 형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쌍샘자연학교를 열고 계절 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올해는 ‘봄 향기 따라 숲길 산책하기’, ‘숲에서 생강나무 잎 따기와 잎사귀 관찰’, ‘뿌리 식물에 대해 알아보기’ 등의 수업이 마련된다.

사랑방 카페 2층에는 갤러리 ‘마을’이 있어 누구나 들러볼 수 있다. 돈 있는 사람에게는 대관료를 받고 돈이 없으면 안내도 그만이라는, 열린 공간이다. 오는 19일까지 ‘내게 다가온 십자가’전이 선보이고 있다.

백 목사와 마을 사람들이 꾸는 꿈은 올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10여년 전부터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조금씩 모습을 갖추고 있는 쌍샘생태자연도서관이 바로 그것이다. 쌍샘자연교회 옆 부지에 지어지는 지상 2층 건물로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개인이나 가족이 책과 함께 하룻밤 묵어 갈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와 맛있는 밥집도 함께 짓고 있다.

그동안 도서관 건립을 위해 일일이 꼽기 어려운 많은 이들이 매달 2000원씩 마음을 더해주는 ‘도서관 친구’가 되어주었고, 누군가는 100만원씩을 선뜻 내어주기도 했다. 후원금 모금을 위해 채희완 부산대 명예교수,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이사, 예술공장 두레, 가수 이지상·홍순관씨 등 뜻이 있는 이들이 재능 기부해 세 차례 강연과 공연 행사를 갖기도 했다.

오는 26일 오후 2시에는 ‘초록 영성과 생태적 회심’을 주제로 네 번째 기부 마당을 연다. ‘욕쟁이 예수’의 저자 박총씨가 강연을,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대표 최용석씨가 공연하며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행사도 펼쳐진다.

김성구(사진오른쪽)쌍샘생태자연도서관 운영위원장은 “친환경적으로 건축하고자 에너지 발생을 최소화하며 도서관을 짓고 있다”며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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