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복(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그로부터 비롯된 창의력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매몰된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예컨대 같은 길이라도 자주 다니던 길을 좋아하고, 식당이나 술집역시 단골집을 편하게 느낀다. 이러한 행동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혁신은 무엇일까? 혁신은 한마디로 익숙한 것들을 버리는 일이다. 과거부터 오랫동안 행해져온 관행적인 것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사고의 틀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인간은 근원적으로 관성의 힘에 이끌리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우리가 이러저러한 연유로 여행을 하거나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될 때, 물만 조금 바뀌어도 적응이 어려워 배앓이나 설사를 하는 등 몸에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데 하물며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에 걸쳐 이어온 고정관념이나 관행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이다.

 혁신에서 비롯되는 창의성은 모든 사실과 사물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다. 불변의 진리처럼 고정화돼있는 의식저변을 흔들어 무수한 사고의 파편이 생겨나게 해야 한다. 발상을 전환하고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새롭게 수렴해가는 과정이지 결론이 아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히 사고의 틀도 바뀌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요즈음 신문 지상을 보면 은행을 비롯하여 각 금융기관 들이 앞 다투어 사회 공헌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변하고 있는 것은 지향해야할 사회적 가치와 역할에 관심이 커진 까닭이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은행들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보다 본업인 이익창출에 우선하는 경영이 대세였다. 그러나 현대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병존하는 경쟁시대다. 따라서 고객의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관들이 고객의 무한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호 윈윈 하는 길만이 지속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새로운 공유가치(Creating Shared Value)를 창출하는 일이야 말로 선진금융기관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계량화된 신용등급에만 의존하기보다 고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공급하는 식의 ‘관계형 금융’의 정착이 21C를 지향하는 선진 금융의 출발점 이라 하겠다.

 금융기관에 있어서 미래성장 동력의 확고한 기반은 누가 뭐래도 고객이다. 그러나 아직도 고객에 대한 이익의 사회 환원에 대해서는 활발하지 못하다. 지난날 은행들은 기업이나 개인이 어려울 때 이를 외면하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비올 때 우산마저 뺏는다는 말이 종종 회자되곤 했을까.

 금융기관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니만큼 이윤에 대한 채산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수 없듯 물고기 없는 물 역시 존재가치가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변함없는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얻는 길은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다만 일방적 단방향이 아닌 관계지향의 양방향 교류를 통하여 고객과 금융사간 새로운 관계정립이 중요하다.

 


 선진금융으로 나아가는 길은 금융의 본업을 통해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이롭게 하는 일이며 이에 대한 각종 활동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 체제를 확고히 구축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는 물론 문화, 예술, 스포츠에 대한 후원 등, 다양한 메세나 활동이 폭넓게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함과 동시에 고객에 대한 무한 헌신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금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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