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시인들이 최근 잇따라 시집을 발간했다. 꽃과 함께 살아가는 시인이 꽃과 관련된 시만을 써서 엮은 ‘꽃들의 불륜’, 압축과 상징, 알레고리의 기법이 잘 드러난 ‘간판을 읽어봐’,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10년 간의 시작(詩作) 활동 중 정수만을 추려 묶은 ‘산의 목소리’ 등 세 권의 시집을 소개한다. 
 
●꽃들의 불륜 
온통 꽃밭이다. 
호박꽃, 각시붓꽃, 철쭉꽃, 매화, 달맞이꽃…가지각색의 꽃들이 책 속에 한가득 피었다. 
시인 권순갑씨(사진)가 최근 두 번째 정형시집 ‘꽃들의 불륜’을 발간했다. 4부로 나뉘어 실린 85편의 시가 모두 꽃과 관련된 시다. 
권 시인은 현재 음성에서 ‘늘푸른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꽃 속에서 살아가는 꽃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시들이 마음까지 향기롭게 한다. 돌려 말하지 않고 쉬운 말로 쓴 소박한 시들이 오가는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처럼 반갑다. 
권씨는 “꽃 피는 봄을 맞아 꽃을 노래한 시집을 펴내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시심으로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을 믿으며 아름다운 글을 쓰는 데 더욱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저자는 문예한국 시부문 신인상, 문학저널 시조부문 신인상 받으며 등단, 시집 ‘나무로 살고 꽃으로 피어’, ‘산 모롱이 저 편’, 시조집 ‘몽울’ 등을 발간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국제팬클럽·충북시조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충북문학상, 한국예총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최준 시인은 해설을 통해 “시인에게 있어 꽃은 현실과 환상이 늘 공존하는 경계지점에 피어 있는 존재임이 분명하다”며 “따스한 긍정으로 삶을 살아가는 시인의 몸과 마음자리에 꽃의 얼굴과 향기가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찬샘. 112쪽. 8000원. 
 
● 간판을 읽어봐 
이태동(사진) 시인이 최근 시집 ‘간판을 읽어봐’를 발간했다. 
진천 상산초 수석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 시인. 그의 시들이 꾸밈없고 진솔하게 느껴지는 것은 투명하고 맑은 아이들과 매일을 함께 하는 그의 삶이 작품과 닿아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의 작품에는 압축과 상징, 알레고리가 중요한 창작기반으로 차용된다. 대표적인 작품은 표제작인 ‘간판을 읽어봐’. 삶의 길을 찾지 못하고 ‘동동(凍凍)’거리며 헤매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 시 등 54편의 작품이 6부로 나뉘어 실렸다. 
이씨는 “이 책을 통해 햇살 쏟아지는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속닥이며 행복하고 아름다운 역사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글사랑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평택, 음성문협 회원, 평택아동문학회원, 반기문 전국백일장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문학예술 문예창작 전공) 석사, 단국대(문예창작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진천 상산초 수석교사이다. 
진춘석 시인(평택시 전국생태문학상 심사위원장)은 “시인은 아주 진솔하게 자신의 내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함을 보이고 있다”며 “이 점이 이태동 시에서 볼 수 있는 압축적 상징의 고귀한 가치지향이다. 앞으로도 그의 시에서 통쾌한 알레고리를 기대해 본다”고 평했다. 
도서출판 찬샘. 100쪽. 8000원. 

● 산의 목소리
 
청주 남성초 교사인 김설영(사진) 시인이 첫 번째 시집 ‘산의 목소리’를 펴냈다. 
‘옥상 하늘가에 휘날리는 우리 아빠’, ‘아줌마 수다는 정말 무서워’, ‘얼굴에 해가 돋는 사람들’ 등 어른과 아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한 정서를 지닌 시 66편이 책 한 권에 담겼다. 1장 움직이는 바다, 2장 산의 목소리, 3장 비 오는 날, 4장 밤마다 살아나는 바다로 구성된다. 
그의 시는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다. 흔한 일상 생활, 자연을 소재로 노래한 시들은 부담없이 편안하게 읽힌다. 누구든 받아들여 줄 듯 하고, 누구에게든 손 내밀어 줄 수 있을 듯한 따스한 시들이 시집 한 가득이다. 
김 시인은 “그동안 집이 없어 이리저리 세 들어 살던 내 글들에 대한 미안함에 아담한 단독주택을 지어주었다”며 “내 글밭에 사랑을 주고, 정성을 주고, 따스한 온기를 주어 새 생명의 싹을 틔운다. 켜켜이 쌓여 더욱 비옥해진 나의 글터에 소박한 텃밭을 가꿔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출생으로 청주교대를 졸업했으며 2004년 ‘아동문예’ 동시 부문, 2012년 ‘시와 산문’ 시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충북숲속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일간지에 ‘김설영의 세계여행 도전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시와산문사. 129쪽. 1만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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