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강동대학교 교수)

요즘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고귀한 생명들이 하루아침에 가족 곁을 떠나 즐거운 수학여행을 다녀온다고 하였는데,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거대한 유람선이 침몰되다니... 지금은 대한민국 모두가 힘든 시점이다. 온 국민 모두가 슬픔을 통감하며, 커다란 아픔을 동참하며 나누고 있다. 아무리 커다란 아픔도 함께하면 작아지지 않을 까 싶다. 우리 국민은 위기의 순간에도 용기를 내어 함께 하며 이겨낸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당연히 이번 아픔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견뎌 내리라 믿는다. 현재의 아픔이야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이고 어느 누구도 가족 잃은 슬픔을 대변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억장의 아픔과 막장드라마 같은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 허다하게 인재로 살아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픔이다. 오늘은 막장드라마 같은 인재의 슬픔과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에 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억장이란 무엇인가? 억장(億丈)은 썩 높은 것 또는 그런 높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매우 높은 높이를 말한다. 속담으로 억장이 무너진다는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의미이다. 억장(億丈)이 무너지다 에서 억장의 유래는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준말로 억 장이나 되는 높은 성을 말하며, 억의 수만큼 높이 쌓은 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이다. 그러므로 매우 애써 쌓은 성이 무너졌으므로 공들여 해온 일이 쓸모가 없어져 매우 허무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다면 막장이란 무엇인가? 막장은 갱도의 막다른 곳을 의미하여, 비슷한 말로 채벽(採壁)이라  한다. 요즘 많이 사용되는 분야가 드라마이며, 막장드라마란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 혹은 현실적으로는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설정으로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서 줄거리를 전개해가는 드라마를 총칭하는 것이다. 막장드라마 중에서는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도 있어 일부드라마는 대규모 조기종영 시위가 일어나 작가가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들은 해당 드라마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만, 이들 드라마 대부분은 매우 높은 시청률이 나온다. 1990년대에는 트렌디 드라마가 있었다면 2010년 전후로는 막장드라마가 대세이다. 막장드라마는 보통의 삶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것으로 현시대는 막장드라마의 춘추전국시대 같은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발생되고 있다. 막장드라마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뻔하고도 극단적 상황 설정을 속도감 있게 전개시킴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의 희망을 간단하게 짓 밟아버리는 상황 설정으로 현대인의 인간성을 상실시킨다. 여유로움의 시간적 미학을 허용하지 않는 빨리빨리 증후군은 매일매일 혹은 매주 급속도로 변화하며 등장하는 황당한 설정을 따라가며 그날그날 웃고 즐기며 소비하는 현실의 막장드라마를 시대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그저 시간을 소비하고 웃고 즐기며 한 낱 즐길 거리에 해당되는 감동 없는 시간 죽이기 식의 막장드라마가 주는 씁쓸한 교훈이다.

 
  세월호 침몰 소식에 억장이 무너지지 않은 사람이 또  있을까? 자식 가진 부모 마음은 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을 귀한 목숨을 위해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아픔이 매우 크다. 어떤 난관이 부딪쳤을 때 현명하게 대처 할 수 있는 지혜가 있는 어른이 그 배안에 아무도 없었는지? 그리고 살기위해 몸부림치며 벽을 손톱으로 긁어 손톱이 새까맣게 되어 죽은 아이의 소식은 온 몸으로 몸부림치는 생사의 끝이 어찌했을까? 경험하지 못한 이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그저 "사랑해!"라는 말이 오늘까지도 마르지 않고 달포 가까이 눈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것이다. 온 국민을 아프게 하는 세월호 침몰 사건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고, 세월호 참사 같은 막장드라마 같은 일은 앞으로 절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막장드라마 같은 사건은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과 복지국가의 실현을 가로막는 방해물이며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 조치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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