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원대 총장실에 머물렀던 건 손석민 총장이 아닌 30여명의 이 학교 학생들이었다. 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였던 학생들이 지난 15일 급기야 총장실을 점거하기에 이른 것이다. 학생들은 중간고사도 포기한 채 이곳에서 먹고 자며 열흘의 시간을 보냈다.
이들이 총장실 점거 등으로 청주 대학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배경에는 30일 접수 마감(오프라인)이 되는 교육부의 ‘2014년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이 있었다. 특성화 사업 선정에 목을 매는 대학들로서는 가산점을 받기 위해 대학 구조개혁을 이루어야 했던 것이다. 대학의 창조경제 견인 및 창의적 인재양성’이라는 비전을 지닌 특성화사업이 학생과 학교간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매개체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충북도내 대학에는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다수의 학과들이 폐과되거나 정원 감축됐다. 서원대 미술학과는 뷰티학과와의 통폐합 통보를, 청주대 사회학과는 폐과 통보를 받았다.
서원대 미술학과와 청주대 사회학과 학생들은 피켓을 들었고, 서명 운동을 벌였다. 대학 본관 앞에서의 농성과 총장실 점거도 서슴지 않았다. 교수들과 동문, 학부모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반대의 움직임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을 듯 보였다.
구조조정이 학생과 교수들의 분노를 산 건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심지어 소위 ‘총장에게 찍힌 과’이기 때문에 타겟이 되었다는 음모론까지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학 당국에서 진화에 나섰다. 서원대는 지난 25일 학생, 학부모, 교수 대표들과 장시간 회의를 갖고 타협점을 찾았다.
일련의 일들은 대학의 주인이 ‘학생’이 아닌 ‘총장’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취업률과 입학률이 저조하거나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인문계열, 사회과학계열, 예술계열 학과들을 없애고 기초학문을 위기로 몰아간다면, 이들이 사라지고 남은 대학은 과연 ‘학문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대학 측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구조조정이 어쩌면 대학의 존재 이유 그 자체를 사라지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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