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희

눈을 떴다
눈을 감았다
쌍꺼풀이 되었다

다시 밋밋한 눈이 되었다

겨울 잠 자는 눈
아내는 동면을 꿈꾸었다
45년을 살면서 한 번도 동면을 하지 못했다
동면을 하지 못하는 삶은
흔적을 남기지 못하는 곰이 되는 것이다
아내는 곰이 되었다
담즙을 뽑아내듯 오줌과 피를 뽑는 줄을 달고
아내는 곰이 되었다
점점 화석이 되어가고
화석이 되어갈수록
신화의 내용은 깊이를 더하였다

아내가

눈을 떴다
겨울이 잠시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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