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율 기록 존중 안 하는 심판에 무시당한 기분"

4호 홈런 추신수 분노 "주심 판정 탓에 퇴장도 각오했다"
"출루율 기록 존중 안 하는 심판에 무시당한 기분"

 

무뚝뚝한 편이나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는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가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크게 분노했다.

11(현지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에 2-5로 패한 뒤 곧바로 휴스턴으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싸던 추신수는 "오늘 퇴장도 각오했다""이번 3연전에서 주심의 스트라이크·볼 판정 하나가 팀의 승패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격앙했다.

홈인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추신수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시즌 4호 홈런을 쏘아 올렸으나 그보다도 첫 번째 타석에서 어이없게 삼진으로 물러난 당혹감에 크게 마음을 상한 듯 심판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주심 마스크를 쓴 빅 카라파자(35)2010년 빅리그 심판에 데뷔한 비교적 젊은 '포청천'이다.

그는 1회 추신수 타석 때 볼 카운트 31스트라이크에서 거푸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바깥쪽 볼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해 추신수를 불편하게 했다.

TV 재생화면에서도 확연하게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진 볼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매의 눈'을 지닌 추신수는 참지 못하고 심판에게 항의했다.

평소 심판의 판정에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던 추신수는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두 번째 타석에서도 그런 판정이 나왔다면 퇴장을 각오하고 대들었을 것"이라고 화를 삭이지 못했다.

그는 "심판도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번 3연전에서 유독 우리 팀에 불이익을 주는 판정이 두드러졌다""13점을 줘 0-3으로 뒤진 상황이었지만 2번 타자 엘비스 안드루스가 안타를 쳤기에 톱타자인 내가 만약 볼넷으로 출루했다면 오늘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심판들이 스트라이크만 골라 쳐 높은 출루율을 올리는 추신수를 최근 견제하려고 스트라이크 존을 들쭉날쭉 보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추신수는 "심판이 나를 견제할 일은 없다"면서도 심판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나를 출루율이 높은 선수라고 인정한다면 심판들도 그에 걸맞게 나를 존중해줘야 한다""그러나 오늘과 같은 스트라이크 판정은 나를 정말 아무것도 아닌 선수로 만든 것"이라고 카라파자 심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동체 시력을 키우고자 테니스공에 숫자를 적어 타석에서 날아오는 그 공의 숫자를 맞히는 연습을 해 온 추신수는 남다른 선구안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의 선구안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투수의 스트라이크만 치려고 부단하게 노력해 온 땀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볼넷을 원해서 얻는 게 아니라 스트라이크만 공략하다 자연스럽게 고른다"는 발언은 그만큼 스트라이크와 볼넷을 누구보다 잘 가릴 줄 안다는 추신수만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자긍심과 정체성이 심판의 볼 판정 하나에 크게 훼손되자 추신수는 이례적으로 심판을 공개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신수는 이날 경기에서 1번 타자 좌익수로 출전해 0-4로 뒤진 4회 선두 타자로 나와 보스턴 우완 선발 투수 존 래키의 빠른 볼을 퍼올려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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