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도희야’로 두번째 칸 초청받은 배두나


“소식을 들었을 때 집에 있었는데 정말 기뻐서 온 집안을 방방 뛰어다녔어요. 솔직히 칸에 출품한다고 했을 때 기대를 안 했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이 오니 정말 정말 기뻐요.”
배두나(35)는 새삼 환희를 다시 느끼는지 벅찬 감정을 뿜어냈다.
주연을 맡은 ‘도희야’(감독 정주리)가 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받은 소감을 묻자 수화기 너머에서 행복감이 뚝뚝 묻어났다.
15일 칸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르는 배두나를 전화로 만났다.
그가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는 이번이 두 번째. 2009년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으로 ‘주목할만한 시선’에 진출한 배두나는 5년 만에 다시 같은 영화제 같은 부문에 진출했다. 사족이지만 칸 영화제 진출은 모든 영화인의 꿈이다.
“지난번에도 기뻤지만 이번에는 특히 신인감독의 작품이고 뭐랄까…힘들게 찍어서인지 그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 6주 동안 전 스태프가 좋은 작품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뭉쳐서 매일 밤샘 작업을 했어요. 솔직히 이런 좋은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고 그 외에는 별 욕심이 없었어요. 근데 뜻밖의 큰 선물을 받았네요.”
실제로 이 작품은 다른 상업영화와 달리 ‘풍족하지 못한’ 여건 속에서 촬영됐다. 심지어 배두나는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이래저래 ‘다른 욕심’이 없었던 것이다.
“글이 정말 좋았어요. 한줄 한줄 다 좋았어요. 그래서 단번에 OK 했죠.”
그가 극찬한 ‘도희야’의 이야기는 귀염성 있는 이름과 달리 상당히 세다.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받으며 자라난 소녀 도희와 경찰대를 나온 엘리트지만 시골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영남이 서로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다. 아동학대와 함께 동성애 코드가 녹아 있는 녹록지 않은 작품이다.
배두나는 이 작품을 시나리오를 보고 택했다면 촬영 과정은 출연진 간 환상적인 호흡으로 굴러갔다고 전했다.
도희 역은 범상치 않은 아역 배우 김새론이, 의붓아버지 역은 개성파 송새벽이 맡았다.
“배우들의 조합이 진짜 좋았습니다. 배우들끼리 연기를 하다 보면 불꽃이 튀는 경우가 있고, 서로 보듬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은 후자였어요. 누구도 자기 캐릭터를 내세우려 하거나 튀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화를 추구했어요. 서로 덜도 않고 더도 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하모니가 기가 막혔어요. ”
셋 중에서도 특히 배두나는 안으로 삭히는 내면 연기에 방점을 찍었다. 사연을 안고 좌천된 파출소장 영남은 감정을 내지르는 캐릭터가 아니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정말 세심한 연기가 필요했고, 원래도 제가 연기의 기술은 없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할 부분이 아예 없는 캐릭터다 보니 매사 억누르고 속으로 느끼면서 연기를 해야 했어요. 내 감정을 최대한 작게, 내 목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연기를 마친 그는 시사회 전까지도 자신의 연기에 자신이 없어 내내 움츠러들어 있었다. 하지만 늘 가장 냉정한 평가를 해주던 엄마(연극배우 김화영)가 툭 하고 던진 “간만에 좋은 연기 했네”라는 한마디에 어깨를 활짝 펴게 됐다.
시사회 이후 호평이 쏟아지자 그는 “하마터면 걱정하느라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행기에 오를 뻔했는데 너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칸에 갈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주피터 어센딩’을 통해 다시 한번 할리우드를 노크한다.
“이번에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달리 장난기 있는 짓궂은 역이라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그는 “아마도 새로운 도전을 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