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신원 확인 실수와 문제있는 대응으로 논란 키워

사전투표 편리한데 관리 허술곳곳 이중투표 소동
선관위, 신원 확인 실수와 문제있는 대응으로 논란 키워
신뢰정착 위해 제도 보완·선거요원 교육 강화 등 필요

 

 6·.4 지방선거에 처음으로 사전투표제가 적용돼 편리하다고 호평받았지만 관리 미숙 등 여러 허점도 드러냈다.

본 투표 당일인 4일 충북과 경기, 강원, 부산 등 곳곳에서 '이중투표', '부정투표' 논란이 일었다.

일부는 투표소를 찾았다가 자신의 이름으로 누군가 이미 투표한 것을 확인,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대부분 일선 투표소 선거사무원들이 선거인명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동명이인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탓에 발생한 촌극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투·개표 때 발생하는 작은 문제도 선거에 대한 불신을 부른다.

따라서 사전·본 투표 전산화 등 제도 보완과 선거사무원 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전투표제는 주소와 상관없이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전국 단위 선거로는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유권자 편의와 투표율 제고를 고려한 제도다.

사전투표 결과는 전산 처리된다. 신분증으로 본인임을 확인한 뒤 지문을 등록하면 투표했다는 기록이 남는다.

본 투표 때는 선거인명부가 다시 만들어진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가 표시되며 비고란에 사전투표 여부가 기록된다.

그러나 사전·본 투표 모두 신분증과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는 절차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돼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예전 투표 때도 이 같은 문제가 종종 발생했지만 사전투표가 도입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경기 안양지역 유권자 A(52·)씨는 4일 투표소를 찾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려야 하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선거인명부에 사전투표자로 기록돼 투표용지를 받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으로 투표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선거사무원이 동명이인을 가리지 못한 실수로 드러났으나 투표 마감 시간을 넘겨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

경기 의정부에서는 더 이해할 수 일이 벌어졌다.

선거인명부에 사전투표가 기록됐는데도 유권자가 거세게 항의하자 확인절차 없이 선거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나눠줬다.

뒤늦게 이를 막으려 했지만 투표용지는 이미 투표함으로 들어가 '이중투표' 논란이 일었다.

경기도 선관위는 이 유권자가 '사위(이름 사칭 등)'의 방법으로 투표했다며 검찰 고발 방침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선거사무원 실수로 동명이인을 가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중앙선관위가 정상 표로 처리키로 함으로써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이씨의 관외자 투표용지가 담긴 회송용 봉투를 찾아 무효 처리하기로 한 것은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선관위는 회송용 봉투에 적시된 바코드를 조회하면 해당 투표용지가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이씨의 표를 무효화하겠다고 당초 밝혔다. .

이는 투표인의 투표 내용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하는 비밀선거 제도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기 광주에서도 누군가 시의원 후보 이름으로 사전투표를 해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선거사무원이 신분증과 선거인명부를 제대로 대조하지 않은 탓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를 통해 사전투표에서 시행되는 지문 인식 절차도 이중투표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는 점이 드러났다.

사전투표 전 선거인이 전자 지문을 찍는 것은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문을 대조해 부정투표자를 추적하려는 것이지 현장에서 본인이 맞는지 즉시 확인해주는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충북 청주와 강원 원주, 부산 강서 등 4곳은 본 투표에서 선거인의 생년월일을 제대로 확인하지 동명이인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주거나 선거인이 다른 인명부에 서명, '부정투표' 소동이 벌어졌다.

선관위의 실수와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전투표제에 대한 유권자의 호감 못지않게 불안감도 생기고 있다.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는 11표 원칙에 따라 더 투표할 수 없는데도 이를 감추고 투표하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한 사기투표행위(사위 투표)로 해석돼 처벌받을 수 있다.

사위투표죄로 유죄판결을 받으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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